걸그룹 멤버들이 솔로 앨범을 내면 보통 발라드 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활동한다. 댄스 곡에 맞춰 춤 추며 노래하던 모습에서, 가창력을 내세워 반전을 주고자 하는 전략이다. 노래하는 모습을 부각해 음악인으로서의 자의식을 보여주고자 하는 바람도 담긴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인 태연을 비롯해 에이핑크 멤버인 정은지 등이 대표적이다. 태연은 2015년 낸 솔로 앨범에서 춤을 버리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집중해 가수로서의 폭발력을 보여줬고, 정은지는 지난 4월 낸 솔로 앨범에서 포크 음악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하늘바라기’로 서정을 파고 들었다.
11일 첫 솔로 앨범 ‘아이 저스트 워너 댄스’를 낼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27)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그는 댄스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티파니는 소녀시대로 활동할 때도 감미롭고 세련된 목소리로 주목 받았던 멤버다. 드라마 O.S.T인 ‘나 혼자서’(2009) 등 혼자 부른 노래도 발라드 곡이 대부분이었다. 솔로 앨범도 발라드 앨범이 될 거란 예상을 뒤집고, 댄스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오히려 강조했다.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티파니는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에서 연 솔로 앨범 발매 관련 쇼케이스에서 “댄스가수로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소녀시대 멤버를 넘어 춤을 추고 노래하는 솔로 댄스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얘기다.
“전 10년째 댄스가수로 살아오고 있어요. 제게 맞는 음악적 표현 방식 역시 소녀시대처럼 댄스곡이고요. 춤을 추면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게 정말 좋아요. 주위 분들이 솔로 앨범이 발라드 앨범이 아니라 많이들 놀라시는데, 제가 춤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평소 성격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 스타일이고요. 드라마 O.S.T로 잔잔한 노래를 선보였으니, 솔로 앨범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댄스 음악을 더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더 나아가 아이돌 댄스 가수로서의 자의식도 내보였다. 티파니는 “아이돌 음악은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 ‘왜요?’라고 묻고 싶다”고 했다. 아이돌 댄스 음악은 진정성이 없고 음악성이 떨어진다는 시선에 대한 반문이다.
“아이돌 음악은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제가 부른 노래들은 10대에 꿈꿔왔던 노래들이에요. 소녀시대 데뷔 곡인 ‘다시 만난 세계’는 10대 소녀가 품는 (사랑에 대한)감성을 솔직하게 표현한 노래였고, 제가 진심으로 꿈꿔왔던 노래이자 무대였어요. 전 솔직했어요. 그 모습이 제 진짜 모습이기도 하고요. 저 뿐만 아니라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다른 아이돌그룹 멤버들도 비슷하고, 그들에겐 그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음악이 모두 진지한 음악이죠.”
티파니가 아이돌 댄스 가수로서 자의식을 듬뿍 담아 낸 타이틀곡 ‘아이 저스트 워너 댄스’는 1980년대 복고 전자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미디움 템포의 댄스 곡이다. 클럽에서 춤을 추듯 가볍게 몸을 흔드는 자연스러운 안무가 특징이다. “지친 일상에서의 고민을 밤새 춤을 추며 떨치자”는 바람이 담겼다.
티파니는 새 앨범에 자작곡도 실었다. 강렬한 비트가 돋보이는 ‘왓 두 아이 두’란 곡이다. 소녀시대 멤버 가운데 자작곡을 앨범에 싣기는 티파니가 처음이다.
“활동하면서 꾸준히 작사와 작곡을 해왔어요. 솔로 앨범을 위해 직접 만든 6곡을 회사에 냈는데, 이 곡이 유일하게 통과됐죠. 회사에서 곡에 대한 심사가 워낙 까다로워 이 한 곡이라도 통과한 게 정말 뿌듯해요. 절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수영이가 가사를 써 더 뜻 깊은 노래죠.”
티파니는 솔로 앨범을 1년 여 동안 준비했다. 첫 솔로 앨범이라 당연히 “부담이 컸다”. 티파니는 쇼케이스에서 자신을 “신인가수”라 소개해 웃음을 줬다. “정말 떨린다”는 말도 여러 번 했다. 부담되는 솔로 앨범 작업에 용기를 준 건 소녀시대 멤버인 태연이다.
“태연이가 가장 먼저 솔로 앨범을 낸 친구라, 그 때 작업하는 걸 옆에서 많이 지켜봤어요. 많은 걸 배웠죠. 제 솔로 앨범 작업할 때는 태연이가 옆에서 많은 의견을 줘 도움이 됐고요.”
티파니는 공교롭게 소녀시대를 떠난 제시카와 비슷한 시기 솔로 활동에 나선다. 제시카는 17일 솔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티파니는 제시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도 제시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저를 포함해 아이돌 그룹에서 솔로로 데뷔하는 분들이 요즘 많은 것 같아요. 다들 많은 땀을 흘렸을 테고, 저보다 더 오래 준비한 친구도 있겠죠. 같은 입장에서 모두 잘 됐으면 좋겠어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살다 가수가 되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 온 티파니가 꿈꾸는 10년 후는 “자연스런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에서 한국에 온지 12년이 됐는데, 오기 전에 솔로 여가수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그때 솔로 활동을 하지 않고 지금 이렇게 소녀시대 멤버들과 배운 상태로 솔로 데뷔할 수 있어 더 값지고 행복해요. 10대에 꿈꿔왔던 제 모습은 이뤘어요. 소녀시대 활동할 때도 그렇지만 솔로 가수로서도 제 음악적 목표는 성장하는 걸 보여드리는 거예요. 10년 뒤에도 전 여전히 춤을 추고 노래를 하지 않을까요? 하하하.”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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