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라시코’로 큰 재미를 봤던 이재명 성남FC 구단주(성남시장)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번에는 FC서울에 통큰 내기를 제안했다. 하지만 서울이 아예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라 깃발라시코처럼 화제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 시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판 뜹시다. 서울에 10억 대전 또는 빌리언대전 제안’이라는 글을 남겼다.
성남은 14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서울과 K리그 클래식(1부) 10라운드를 치른다. 서울은 6승1무2패(승점 19)로 1위, 성남은 5승3무1패(18)로 3위다. 맞대결 결과에 따라 선두가 바뀔 수도 있는 중요한 경기다.
이 시장은 ‘성남이 질 경우 장기연체 채무자 빚 10억 원을 매입해 탕감하겠으니 서울이 질 경우 장기연체 채무자 빚 5억 원을 책임져 달라’고 했다.
성남시는 10년 이상 연체된 채권을 원금의 1%로 구매해 채무자를 구제하는 사회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린 뒤 3개월 인상 연체된 악성ㆍ장기연체자의 채권을 손실 처리해 대부업체에 헐값에 팔아 넘긴다. 보통 원금의 1~10% 수준이다. 사단법인 희망살림은 장기연체자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사회문제를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비영리 은행인 ‘주빌리은행’을 작년 9월 출범했고 이 시장이 공동은행장으로 참여했다. 성남 유니폼에 ‘주빌리은행’을 새기는 등 각종 후원을 하고 있다. 이 시장이 서울에 제안한 탕감 액수는 10억 원이지만 실제 들어가는 돈은 1% 수준인 1,000만 원 정도다. 시중 금융기관들로부터 장기연체 채권 10억 원을 1,000만원에 구매해 채무자의 빚을 탕감하는 형태다. 이 시장은 ‘서울이 패배가 두려워 10억 대전을 사양한다면 장기연체채권 5억 원의 매입금 500만원은 서울 원정 팬 입장료에서 조달하겠다. 긍정적 답변을 기다린다’고 글을 마쳤다.
이 시장은 지난 3월 수원FC와 ‘깃발라시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3월 19일 성남과 수원FC의 대결을 앞두고 이 시장은 SNS에 ‘이긴 시청의 깃발을 진 시청에 내걸자’고 했고 염태영 수원FC 구단주(수원시장)가 ‘좋다. 하지만 처음이니 시청 깃발보다 구단 깃발로 시작하자’고 화답해 ‘깃발라시코’가 성사됐다. ‘깃발라시코’는 깃발과 엘 클라시코(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더비)를 합친 말이다. 두 시장의 설전에 언론과 팬의 관심이 집중됐고 경기 당일 1만2,000명이 넘는 구름 관중이 입장했다.
한편 서울은 “이번 일과 관련해 구단 차원에서 어떤 공식적인 제안도 받은 적이 없다. 우리 구단도 자체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기존의 활동에 충실 하겠다”고 답했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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