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병호/사진=연합뉴스
'산 넘어 산'이다. '무서운 루키'로 떠오른 박병호(30ㆍ미네소타)를 그냥 놔둘 리가 없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데뷔 직후 상대의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에 당황했다. 잡아 당기는 타격을 하는 '풀 히터'로 분석한 박병호를 의식해 1ㆍ2루 사이를 완전히 비워두는 변형 수비였다. 홈런왕 4연패를 차지한 KBO리그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던 시프트였다.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메이저리그에서 갓 첫 발을 들여 놓은 아시아의 신인 선수를 대비했다는 점에서 박병호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박병호는 내야 수비를 총알처럼 뚫고 나가는 안타와 홈런 7개를 쏘아 올리며 시프트를 비웃었다.
이번에는 몸쪽으로 날아드는 위협구 경계령이 떨어졌다. 박병호는 지난 7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3연전 첫 경기에서 상대 투수 네이트 존스가 던진 시속 96마일(약 154㎞)짜리 투심패스트볼에 왼 팔꿈치를 스치듯 맞았다. 다행히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평소 어지간한 사구에는 아픈 내색도 하지 않고 1루로 뛰어나가는 박병호의 놀란 표정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이튿날인 8일에는 제대로 맞았다. 1회 초 첫 타석에서 화이트삭스 투수 크리스 세일의 슬라이더가 오른 무릎을 강타했다. 박병호는 1루까지 걸어나갔지만 1회 말 수비 때 조 마우어와 교체됐다. 하루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른 박병호는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어서 9일 경기에 선발 출장해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몸쪽 위협구는 자칫 슬럼프에 빠질 수 있는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석에서 한 발 떨어지게 되며 그러다 보면 바깥쪽 코스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한 동안 사구 후유증에 시달렸던 추신수(34ㆍ텍사스)가 실제 그런 트라우마를 고백했다.
그러나 오히려 일찌감치 상대 투수들의 견제를 경험한 것이 약이 될 수도 있다. 박병호는 넥센에서 뛸 때도 상대 투수들의 집요한 몸쪽 공략에 시달렸지만 오른손을 놓고도 안타를 때려내는 기술을 터득하면서 대처 불가의 강타자로 자리매김했다. KBO리그에서는 통산 59차례 몸에 볼을 맞았다. 넥센의 중심 타자가 된 2012년 이래 4년간 연평균 11차례 맞았다.
타고난 유연성과 웬만한 사구에는 주눅들지 않는 의연함도 박병호의 장점이다. 박병호는 볼티모어와 경기가 우천 연기된 9일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 필드에서 "그날만 아팠을 뿐 다음날부터는 괜찮았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대호(34ㆍ시애틀)는 이날 시즌 세 번째 멀티히트(1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했다. 이대호는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 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와 홈 경기에 8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활약했다. 2회말 볼넷으로 출루한 이대호는 1-1로 맞선 4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왼손 선발 맷 무어의 2구째 시속 151㎞ 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5-2로 앞선 7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우완 스티브 겔츠의 초구 시속 150㎞ 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두 번째 안타를 만들었다. 이대호의 타율은 2할8푼6리(42타수 12안타)로 올랐고, 시애틀은 5-2로 이겼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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