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 대표에게서 총 50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 변호사를 9일 밤 체포한 검찰은 이튿날인 10일, 정 대표 수사단계에서 변호를 맡았던 검사장 출신 홍모(57) 변호사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선상에 오른 법조인들 중 핵심 2인방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법조 비리’ 수사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홍 변호사 압수수색… 탈세 정황 포착한 듯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이날 오전 홍 변호사의 자택과 서울 서초동 소재 사무실 등에 수사관들을 보내 그의 사건 수임 자료와 일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 4일 서울변호사회와 서울국세청, 법조윤리협의회, 관할세무서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그가 사건 수임내역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등 탈세 혐의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홍 변호사에게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활동하다 2011년 개업한 홍 변호사는 2013년 국민건강보험 공식 자료 등을 통해서 확인된 수입만 91억2,000만원에 달해 법조계에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은 수임료 수입 또한 상당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데, 검찰은 그가 서울변회 등에 신고한 사건 외에 ‘전화 변론’ 등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고 활동하면서 수임료를 수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정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과 관련, 홍 변호사가 밝힌 수임료 1억 5,000만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받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는 정 대표에 대한 경찰과 검찰 수사 단계 변호를 맡아 두 차례 무혐의를 이끌어냈고, 지난해 10월 정 대표가 구속됐을 때에도 변론을 맡았다.
관심의 초점은 홍 변호사에게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추가될지 여부다. 고액 수임료가 ‘전관예우’를 이용한 수사기관 또는 재판부 청탁의 대가인 것이 입증되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또 지난해 10월 정 대표가 상습도박 혐의로만 기소되고 회삿돈 횡령 등 혐의는 적용되지 않은 데 대해 ‘홍 변호사가 손을 쓴 게 아니냐’는 의혹도 규명돼야 할 대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뒷북 압수수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일 네이처리퍼블릭과 최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지 1주일이나 지나서야 홍 변호사 압수수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수수사 시스템을 잘 아는 그에게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줬다는 뜻인데, 검찰은 “범죄 단서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최 변호사 전격 체포… 구속영장 청구 방침
앞서 검찰은 9일 밤 9시쯤 전북 전주에서 최 변호사(변호사법 위반)와 그의 사무장 권모(증거인멸)씨를 각각 체포했다. 정 대표의 ‘구명 로비’와 ‘사업확장 금품로비’라는 두 갈래로 진행되는 이번 수사에서 최 변호사의 신병을 가장 먼저 확보한 것은 구명 로비 쪽에 수사의 우선순위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법조 비리에 대한 수사인 만큼,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의식해 적극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최 변호사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정 대표가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 투입된 그는 수임료로 착수금 20억원, 성공보수 30억원 등 총 5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변호인단 구성에 대부분의 비용을 썼고, 내 몫은 1억원도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변호인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를 상대로 자신의 법원 내 인맥을 과시하고 “보석 석방이 확실하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검찰은 이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나아가 사기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창수(40ㆍ수감 중) 이숨투자자문 대표로부터 받은 수십억원의 수임료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지난해 1,300억원대 유사수신 행위로 구속기소된 송 대표는 그에 앞서 다른 사기 사건으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최 변호사가 투입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최 변호사가 법원 등을 상대로 ‘전관’의 힘을 발휘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특히 이숨투자자문과의 유착 정황도 드러난 상태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7월 한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 1억원을 예치해 2개월 간 1,500여만원의 수익을 챙겼다. 1,300억원대 사기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서 고수익을 올린 것이다. 검찰은 이숨 측이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정상적인 해외선물 투자로 비치게 하려는 목적으로 최 변호사와 공모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1일 오후까지 그를 상대로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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