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와 함께 9일 치러진 필리핀 총선에서 전직 권투선수와 성전환자(트랜스젠더), 독재자 가족 등 이색 당선자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총선 개표 결과에 따르면 필리핀 복싱영웅 매니 파퀴아오(38)가 12명을 뽑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8위(약 1,500만 표)를 기록해 당선됐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생계를 위해 링에 오른 파퀴아오는 세계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한 인물이다. 특히 파퀴아오는 태풍 하이엔 참사 때 자신의 대전료 약 1,800만달러(191억원)를 기부해 필리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만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파퀴아오는 지난 2월 “동성애 커플은 동물만도 못하다”고 발언해 비난을 샀다.
이번 선거에서는 필리핀의 첫 트랜스젠더 국회의원도 탄생했다. 북부 바탄의 한 지역구에서 집권 자유당(LP) 후보로 출마해 하원의원에 당선된 제럴딘 로먼(49)이다. 20년 전 성전환 수술을 해 여성이 된 그는 인구 중 80%가 가톨릭신자인 필리핀에서 성 소수자 차별 방지를 위한 입법 활동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가족들도 이번 선거에서 당선됐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86)는 하원의원 3선, 딸 이미(60)는 일로코스 노르테 주지사 재선 고지에 각각 올랐다. 이들은 마르코스 전 대통령 독재 치하 인권유린에 대해 사과를 거부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고향인 일로코스 노르테 주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가문의 부활’을 노려왔다.
이밖에 글로리아 아로요(69) 전 대통령은 고향인 마닐라 북부 팜팡가주를 지역구로 하원의원에 당선돼 3선을 달성했다. 아로요는 2001∼2010년 재임 당시 비리와 부정선거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정치 탄압의 희생자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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