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얻어 맞고 있지만, 많이 때리진 못한다. 프로야구 삼성이 올 시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올 시즌 삼성은 예년 같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대를 압도하던 마운드도, 강한 타선도 실종 상태다. 새 홈 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도 ‘삼성의 편’이 되어주진 못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이 새 둥지를 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홈플레이트부터 중앙 펜스까지 거리가 122m, 좌ㆍ우 펜스까지는 99.5m로 작지 않다. 하지만 국내 최초 팔각형 구장으로 직선 펜스인 좌ㆍ우중간이 약 110m로 홈플레이트에서 가깝다. 이 때문에 개장 전부터 좌ㆍ우중간을 넘어가는 타구가 늘어 홈런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은 지난해 176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이 부문 3위에 오른 타자들에 대한 기대와 투수진이 맞을 홈런에 대한 우려를 함께 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는 이뤄지지 않았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삼성은 올해 30경기를 치르면서 팀 홈런 20개로 꼴찌 10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같은 경기수에서 43홈런을 때려내며 부문 1위를 달리던 삼성의 슬픈 반전이다. 타자친화적 구장을 쓰고 있지만, 홈 구장에서 삼성 타자들의 홈런은 더 주춤하다. 삼성은 올해 홈에서 치른 16경기에서 9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데 그쳤다. 대구시민야구장을 썼던 지난 시즌에는 홈 16경기에서 25홈런이 터졌다.
겨우내 빠져나간 전력공백을 지우지 못한 여파가 크다. 지난해 삼성 외국인 타자 나바로(지바 롯데)는 초반 30경기에서 13홈런(홈 16경기 8홈런)을 쏘아 올리며 홈런 레이스를 주도했다. 삼성 중심타선에 섰던 박석민(NC)도 지난해 홈 16경기에서 4홈런을 쏘아 올려 팀 내 3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 두 거포가 빠져 나간 데다 새 외국인 타자 발디리스는 부진 끝에 1군에서 제외됐고, 백상원과 조동찬 등 내야수들이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하면서 타선이 약해졌다.
문제는 홈 구장에서의 피홈런은 더 늘어났다는 점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우리가 때린 건 기억이 안 나고, 맞은 것만 생각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 마운드는 올해 홈 16경기에서 19개의 홈런(원정 14경기 13피홈런)을 허용했다. 지난해 삼성은 홈 16경기에서 피홈런 14개를 기록했다. 팀 평균자책점도 솟구쳤다. 지난해 홈 16경기 동안 3.27을 기록했던 삼성의 평균자책점은 올해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5.30으로 뛰어 올랐다. 홈런을 맞고도, 나머지 타자들을 잘 막아내며 실점을 최소화했던 삼성 마운드가 올해는 위기를 넘지 못하면서 허물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새 집의 이점은 살리지 못하는 사이, 약점의 영향을 받으면서 홈에서 더 강했던 삼성의 모습도 사라졌다. 삼성은 지난해 홈 16경기에서 12승4패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홈에서 8승8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홈에서의 강세를 앞세워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갔던 삼성은 올해는 9일 현재 7위에 머물고 있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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