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총회에선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7월에 열 것이냐 아니면 좀 미룰 것이냐, 또 향후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당대회만 준비하는 '관리형'으로 갈 건가 아니면 당의 쇄신방안을 망라하는 혁신안 도출까지 맡는 '혁신형'으로 갈 것인가 하는 논의만 이뤄졌던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이슈가 비대위를 어떻게 꾸릴 것이냐에 있기 때문에 언론이 그렇게 조명했을 뿐 사실상 새누리당을 리셋(reset)하는 수준으로 손봐야 한다는 억눌린 목소리가 분출됐다고 합니다.
이날 이철우 의원은 최고위원회의를 해체하는 수준으로 당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의원은 총회 직후 "내가 초장에 고함을 좀 질렀지?"라고 웃었는데, 전언을 모아보니 이 의원은 "지금 이런 식으로 결론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집단지도체제는 안 된다. 차기 당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비대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최고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수위 높은 발언을 했습니다. 당 대표 1명, 선출직 최고위원 4명에,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9명으로 구성된 최고위는 2002년 당 총재 1인체제에 대한 반성에서 탄생했지만 '배가 산으로 가는' 봉숭아학당 수준이란 비판이 많았습니다. 이 의원은 그 부분을 지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지도부 체제 변경 요구는 당의 쇄신파인 김세연 의원도 뜻을 같이 했는데요. 김 의원은 "최고위의 숫자를 대폭 줄여 정예 최고위를 만들어야 한다. 또 형식적인 의원총회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당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의원들의 비판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그뿐 아닙니다. 윤상직 당선자는 "여당이 치열하게 정책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바로 혁신이다"며 야당이 최근 구조조정 등 이슈를 선점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구요. 나아가 "당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면서 원외당협위원회가 많아진 부분, 즉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의 조직 재건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성일종 당선자는 "혁신은 바로 일하는 것이다. 국면전환이 필요한 이 때에 우리 모두 현장에 가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고 합니다.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 "집단지도체제를 단일체제로 해야 한다. 지도부에 강력한 권한을 줘서 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새로운 지도부가 끌고 나갈 수 있게끔 하자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일부 의원은 의원내각제를 통해 의회 중심의 정치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합니다.
이날 총회에서는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새누리당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특강이 끝난 뒤에는 김 교수를 초청한 것에 대한 비판론도 일부 제기됐다고 합니다. 전희경 비례대표 당선자는 "누가 새누리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은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초청했습니까. 특강 인사 초청을 누가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것에서부터 소통합시다"라는 쓴소리를 했습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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