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기성용’으로 통하는 르엉 쑤언 쯔엉(21)은 1984~86년 럭키금성 황소에서 뛰었던 피아퐁 푸에온(태국) 이후 30년 만에 K리그 무대를 밟은 동남아 선수로 지난해 12월 입단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K리그 최초의 베트남 선수 쯔엉은 그러나 올 시즌 클래식 무대에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전력 보강의 의미보다는 마케팅용이 아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베트남 광고계에서 주가가 높은 쯔엉을 앞세워 동남아 시장 확보 및 인천 남동공단에 근무하는 약 4만 명의 베트남 근로자들을 구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주장이다.
쯔엉 논란이 억울한 인천
논란이 일자 김도훈(46) 인천 감독은 “인천에 마케팅용 선수는 없다. 쯔엉은 인천 선수 중 1명”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쯔엉은 베트남에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왔다. 현재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으며 한국 축구에도 적응 중이다. 쯔엉에게 ‘다 나은 뒤에 그라운드에서 네가 가진 것을 다 보여주라’고 얘기해줬다”며 주변의 의심을 일축했다.
쯔엉은 미드필더로 공격 쪽에 특화돼 있다. 수비 측면에서는 더 보완해야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 공격적인 패스와 경기 조율에서 분명히 팀에 도움이 될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쯔엉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의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기량을 닦았고 작년 아시아 19세 이하 선수권에서는 베트남 주장을 맡았을 정도로 기대주다.
물론 홍보 효과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전력 보강의 의미 역시 상당함을 부인할 수 없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쯔엉을 영입한 건 실력이 검증됐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하며 “순수 마케팅용에는 어폐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실력을 인정받았고 큰 무대에서 검증 받겠다는 스스로의 의지로 K리그에 왔다”면서 “우리 입장에선 새로운 시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구단의 노림수다. 큰 틀에서 봐야 한다. 경기력도 경기력이고 두 가지를 다 보고 영입한 선수”라고 덧붙였다.
실력과 마케팅의 애매한 경계
프로 스포츠의 글로벌화에 발맞춰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힌 선수 거래는 종목을 막론하고 항상 존재해왔다. 축구에서는 대표적인 예가 나란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유니폼을 입은 박지성(35)과 카가와 신지(27)다.
‘마케팅용 선수 논란’은 결국 본인이 실력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걸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다만 구단은 선수가 납득할 만큼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박지성의 경우 맨유에 합류한 2005년 마케팅용 선수 논란에 휩싸였지만 2012년 7월 맨유를 떠날 때까지 7년간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활약했다. 알렉스 퍼거슨(75) 전 감독은 EPL과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주요 경기마다 박지성을 중용했다.
마케팅 논란은 선수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로배구 2연패에 빛나는 OK저축은행의 김세진(42) 감독도 한때는 마케팅용 감독으로 평가 절하된 시절이 있었다. 2013년 OK저축은행이 감독은커녕 코치 경험조차 없던 그를 창단 첫 감독으로 낙점하자 의혹이 들끓었다. 구단이 슈퍼스타였던 김세진의 지명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비쳐졌으나 거듭된 투자와 김 감독의 지도력 아래 OK저축은행이 보란 듯이 V리그 2회 연속 우승에 성공하자 논란은 저절로 사그라졌다.
야구계에서는 2010년 겨울 일본프로야구 오릭스가 야구 황혼기에 접어든 당시 37세의 박찬호와 34세 이승엽을 거액을 들여 영입했다. 이를 두고 한국 금융시장 진출을 앞둔 오릭스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2010년 푸른2저축은행을 인수한 오릭스는 일본 대부업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한국의 대표 야구 스타들을 통해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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