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9회 칸 공식 포스터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국제영화제(칸 영화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제69회 칸 영화제는 현지시간으로 11일 프랑스 칸에서 개막한다. 올해는 유독 칸 영화제를 찾는 국내 인사들이 많다. 영화 '아가씨', '곡성', '부산행'이 공식 초청돼 그 어느 때보다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 칸이 주목하는 감독들
▲ 영화 '아가씨'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은 4년 만에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가씨'는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에서 모티프를 얻어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했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인 이모부 코우즈키의 보호를 받는 히데코, 그리고 그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백작과 하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경쟁부문 진출만으로도 분위기는 굉장히 고무적이다. 한국, 일본, 유럽 등 다양한 문화를 복합적으로 담아낸 영화기에 세계 영화팬을 비롯해 칸 심사위원들의 입맛도 만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앞선 칸 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56회), '박쥐'로 심사위원상(62회) 등 두 차례의 칸 트로피를 품에 안았던 '깐느 박' 박 감독이기에 조심스럽게 수상에 기대가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나홍진 감독은 연출작 3편 모두 칸에 가는 진기록을 세웠다. 데뷔작 '추격자'(61회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를 시작으로 '황해'(64회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 '곡성'까지 모두 칸의 부름을 받았다. 6년 만에 내놓은 새 작품 '곡성'은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영화는 외지인이 마을에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이상한 연쇄 사건들을 둘러싼 내용을 그렸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환상의 플롯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앞서 '황해'로 15분 기립박수를 받았던 나 감독은 '곡성'으로 또 한번 기립박수를 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 모두 칸에서 인정받은 보기 드문 감독이다.. 연 감독은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66회 감독주간 초청)에 이어 실사 장편 연출 데뷔작 '부산행'으로 또 다시 칸에 간다. 한국영화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블록버스터로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비경쟁부문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 영화 '히치하이커'
윤재호 감독이 연출한 새터민 이야기를 다룬 영화 '히치하이커'는 감독주간 단편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히치하이커'는 통일부가 주최하고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가 주관한 '2015 평화와 통일 영화 제작지원 시나리오 공모전' 단편 부문 은상작이다. 영화를 연출한 윤재호 감독은 프랑스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줄곧 프랑스에서 활동했다. 데뷔작은 프랑스 영화 '어둠속에서'다.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박영주 감독의 단편 '1kg'이 초청됐다. 학생 단편영화 중심의 국제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는 올해 15개국에서 2천300여 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그 중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인 박영주 감독의 '1kg'를 포함해 18개 작품이 초청장을 받았다. 영화는 편혜영의 단편소설 '밤이 지나간다'에 수록된 '해물 1kg'을 원작으로 하며, 분량은 29분40초 정도다.
■ 레드카펫 밟는 배우들
초청작에 출연한 대다수의 주연배우들은 칸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아가씨'의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김태리, '곡성'의 곽도원 천우희 장소연, '부산행' 공유 정유미 김수안 등이 칸 출장을 확정했다. 이중 하정우는 세 번째로 레드카펫을 걷게 됐다. 사전 인터뷰에서 하정우는 "'용서 받지 못한 자'(59회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 '추격자'로 칸에 갔지만 그 땐 레드카펫 주변이 썰렁했다. '용서 받지 못한 자' 때는 우리끼리 신이 났었고, '추격자'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이라 한밤중이었다. 경쟁부문은 나도 처음이라 색다른 레드카펫을 경험할 것 같다"며 재치있는 소감을 밝혔다. 조진웅과 정유미는 각각 '끝까지 간다'(67회 감독주간 초청), '다른 나라에서'(65회 경쟁부문 초청)로 칸의 부름을 받았지만 스케줄의 이유로 불참한 바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김태리와 김수안의 칸 참석이다.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아가씨'의 하녀 역에 캐스팅된 김태리는 데뷔작으로 칸에 가게 됐다. 박찬욱 감독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태리는 첫 영화로 칸 여우주연상 후보가 된 일이니 이미 축하할 일이 아닌가"라고 크게 기뻐했다. 김수안은 최연소 칸 참석 배우다. 올해 만 10살인 김수안은 '부산행'에서 공유의 딸로 출연했다. 남다른 존재감으로 칸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 '칸의 여왕' 탄생할까
배우 전도연이 칸의 여왕이 된 것도 이미 9년 전 일이다(60회, 영화 '밀양'). 이번에 경쟁부문에 오른 '아가씨'의 김민희가 다시 한 번 쾌거를 이룰 수 있을지 국내 영화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민희는 영화에서 역대급 연기력을 선보였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1930년대의 고혹적인 아가씨로 변신해 무려 스물 다섯 벌의 드레스를 갈아입었다. 드레스에 따라 스타일링도 제각각. 때와 장소에 따라 변신을 거듭하는 김민희가 관객들에게 다양한 매력을 어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박찬욱 감독에겐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의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쟁쟁하다.황금종려상 2회 수상자 다르덴 형제 감독('어노운 걸'), 황금종려상 1회 수상을 비롯해 다수 작품이 칸 후보작에 오른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바칼로레알'), 13번째 칸 경쟁부문 입성, 황금종려상 수상자 이자 은퇴작을 들고 온 켄 로치 감독('아이, 다니엘 블레이크') 등 어마어마하다. 또 '천국보다 낯선'의 짐 자무쉬 감독, 성에 대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담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전세계 영화제를 휩쓴 천재 자비에 돌란 감독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셈이다.
심사위원단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조지 밀러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발레리아 골리노, 도널드 서덜랜드, 매즈 미켈슨, 바네사 파라디와 감독 라즐로 네메스, 아르노 데플레솅으로 구성됐다. 어떤 영화가 제69회 칸 영화제에서 파란을 일으킬지, 그 결과는 22일 폐막식에서 발표된다.
사진=각 영화 포스터, 임민환 기자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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