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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소주에 놀란 경찰, 마을회관 CCTV 설치도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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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소주에 놀란 경찰, 마을회관 CCTV 설치도 난항

입력
2016.05.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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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경찰, 도내 9000여 회관ㆍ경로당에 2대씩

예산부담 일부 지자체 “인권침해” 등 이유 시큰둥

경찰 “현관ㆍ외벽에만 설치… 방범효과 큰 안전인프라”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농약이 든 소주를 마셔 마을주민 2명이 숨지거나 중상을 입은 경북 청송군이 한 마을회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농약이 든 소주를 마셔 마을주민 2명이 숨지거나 중상을 입은 경북 청송군이 한 마을회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지방경찰청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농약투입 사건이 잇따르자 대응책으로 폐쇄회로TV(CCTV) 설치에 나섰지만 일부 지자체들이 ‘인권’ 등을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차질이 우려된다. 평소 인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터여서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새나오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합동으로 지난 3월부터 도내 9,588개의 마을회관과 경로당에 대한 방범안전진단을 실시해 9,139곳에 CCTV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복지시설 안전인프라구축 차원에서 CCTV를 모두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에 이어 지난 3월 9일 경북 청송군 농약소주 사건도 CCTV가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거나 조기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해당 지자체와 협의해 CCTV가 없는 마을회관ㆍ경로당 주출입구와 건물 외벽 등 2곳에 CCTV를 설치키로 했다. 지난달 22일 조희현 경북지방경찰청장이 경북도의회를 찾아 치안설명회를 한 데 이어 시ㆍ군에도 관할 서장이 방문해 CCTV설치의 필요성과 필요한 예산 등을 설명하고 있다.

경북지역에선 지난해 7월14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한 마을회관에서 할머니들이 맹독성 농약인 메소밀이 든 사이다를 마셨다가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마을회관에 CCTV는 없었지만 차량 블랙박스 동영상 등이 결정적 단서가 돼 같은 마을에 사는 박모(83)씨를 구속기소,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항소해 19일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 3월 9일에는 경북 청송군의 한 마을회관에서 저녁시간을 보내던 마을 주민 2명이 메소밀이 든 소주를 나눠마셔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지만 지금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CCTV는 물론 차량블랙박스 영상도 없어 애를 먹던 중 용의선상에 오른 70대 마을 주민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둔 3월31일 마을회관 소주에 태운 것과 같은 메소밀을 마시고 숨졌다. 경찰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경찰은 마을회관 등에 CCTV만 있었어도 같은 마을 주민이 농약을 투입하는 일은 저지르지 않았거나 조기에 범인을 잡았을 것으로 보고 CCTV설치에 나섰지만 시ㆍ군의회의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다.

포항시의회는 최근 포항시가 요청한 관내 경로당ㆍ마을회관 586곳에 대한 CCTV 설치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현재 계획 중인 지역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경로당 행복지킴이를 활용한 자체 점검을 토대로 건전한 공동체 생활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길 바란다”며 “개인의 인권침해 소지가 없도록 지역주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을 선행하고, CCTV 보급을 신중히 재검토할 것을 주문한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CCTV설치 추진으로 필요한 예산을 추경에 반영해야 하는 포항시도 행복지킴이 운영결과를 지켜본 뒤 재추진할 방침이다. 경로당 행복지킴이는 청년회와 부녀회 등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경로당 한 곳을 맡아 노인들의 안부를 살피고 전열기 등 기기 사용법을 안내하는 것으로, 이달 중 500여명을 투입할 계획이다.

다른 일부 지자체들도 예산문제로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북경찰에 따르면 설치예정 CCTV는 1대에 35만원, 45만원 2가지 모델로 200만 화소에 15일분을 녹화할 수 있다. 1개소 2대 설치가 원칙으로, 도내 9,139개 모두 설치할 경우 64억~82억 원이나 든다.

이 같은 논란은 경찰이 일선 지자체와 의회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벌어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경북지역 한 기초의회 의원은 “많은 의원들이 CCTV를 회관 거실이나 방에 설치하는 줄 알고 있었다”며 “관할 경찰서장이나 책임자가 의회를 방문, 직접 설명했더라면 부결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CCTV는 현관 등 주출입구와 외벽에만 설치해 출입자 동태와 회관 근처를 살피게 되며 실내의 주민들 감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마을어귀에 주로 있는 마을회관에 CCTV를 설치해 두면 유사시 마을을 드나드는 외지인들도 파악할 수 있어 범죄예방과 주민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자체의 동참을 호소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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