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를 뜻하는 영어 단어 shrimp의 한글 표기는 ‘슈림프’일까, ‘쉬림프’일까? 한동안 이 문제가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지난달 치러진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이와 관련한 문제가 출제됐기 때문이다. 정답은 ‘슈림프’인데 ‘쉬림프’로 답을 잘못 적은 일부 수험생들이 여기저기 불평을 늘어놓았다. 정답을 못 맞힌 이유가 유명 식품회사의 ‘쉬림프 피자’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항변이다. 대개 방송이나 신문, 또는 기업의 제품 이름 같은 데 쓰인 표기는 틀림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회사의 ‘슈림프 버거’를 즐겨 먹었다는 수험생은 해당 회사 사장님께 감사 드린다는 익살스러운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영어에서 주로 sh로 표기되는 이 소리를 한글로는 ‘슈’ 또는 ‘시’로 적는다. ‘슈’보다는 ‘쉬’가 원음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실제로 어떤 표기가 더 가까운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영어에서는 자음 소리인데, 우리말로는 ‘쉬’로 적든 ‘슈’로 적든 모음이 합쳐져서 원어 발음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어떻게든지 일관성 있게 적는 것이 중요하다.
‘슈림프’처럼 자음 앞에 이 소리가 올 때는 ‘슈’로 적는다. ‘아인슈타인, 슈만, 타슈켄트’ 등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음 앞이 아닐 때는 ‘시’로 적는다. 이에 따라 ‘잉글리쉬’는 ‘잉글리시’로, ‘대쉬’는 ‘대시’로 적어야 한다. 모음 앞에 올 때는 ‘시’가 뒤의 모음과 합쳐지므로 ‘샤, 셔, 셰, 쇼, 슈, 시’ 등으로 적는다. 이에 따라 ‘슈퍼, 패션, 쇼핑, 리더십’ 등의 표기가 가능하다. 요즘 전문 요리사를 뜻하는 ‘셰프’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데, 이때도 ‘쉐프’가 아니라 ‘셰프’가 바른 표기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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