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친구가 직접 로스팅해서 준 안티구아 커피를 마시며 아침을 시작하고 있다. 숙면을 위해 이른 아침에만 커피를 마시는 내겐 하루 중 가장 향긋한 시간이다. 커피 관련 책을 두 권이나 낸 적 있는 친구는 커피광이라 할 만한데, 아마추어인 그의 로스팅 솜씨가 더없이 훌륭해 좀 놀랐다. 한때 나도 엄청난 양의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처음 맛봤던 여중생 때부터 우리 집에서 커피를 가장 잘 끓이는 사람으로 통했던 나는 어디를 가든 커피를 지니고 다녔다. 그러다 지금처럼 오전에만 마시게 된 것은 불면증 때문인데, 나의 노화는 정확히 커피를 줄이던 때부터 시작된 듯하다. 친구가 극찬했던 커피숍 중에는 내가 자주 지나다니는 곳에 있는 집도 있다. 구멍가게 수준이었던 그 커피숍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져 늘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그렇지만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얼마 전 그 집의 커피가 그리워 찾아갔던 친구도 기함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했던 그 집의 운영자가 너무도 불행해 보이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세 들어 있던 건물을 샀을 정도로 부자가 된 그가 그처럼 불행해 보이는 모습을 본 적 있는 나도, 나의 친구도, 커피를 통해 삶의 향기를 느끼고 있으니 죽네 사네 해도 아직 우리의 삶은 꽤 싱싱한 것 같다. 그 사실이 새삼 감격스럽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