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원내대표 야당에 제안
현행 당별 배치, 고정석 관례 대신
“상임위별, 무작위, 선착순 등으로”
더민주, 국민의당도 긍정 반응
전문가들 “여야 대치 형상의
상임위 자리 배치부터 바꿔야”
‘3당 체제’를 맞는 20대 국회의 여야가 본회의장 좌석 배정에서도 협치를 도모하고 있다. 당별로 나눠 앉는 ‘당파적 배치’에서 벗어나 여야 구분을 없앤 ‘소통 의석’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나온 것이다. 정치학자들은 본회의장이 아닌 상임위원회 회의장부터 개혁하자는 제언도 내놨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9일 야권에 본회의장 좌석을 여야 의원들이 섞여 앉는 식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현재 본회의장 자리는 국회의장석에서 바라봤을 때 가운데는 19대 국회 전반기 제1당이었던 새누리당, 그 오른쪽은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 국무위원석이 차례로 있다. 또 새누리당 왼쪽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앉아 당별 구획이 명확하다.
의원의 개별 좌석은 각 당이 정한다. 통상 상임위별로 모아 배치하되 선수가 높거나 당직을 맡은 의원들은 뒷자리에 앉도록 한다. 어쩔 수 없이 당과 당이 맞닿은 ‘경계지역’에 배정된 의원들도 생기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당 원내행정국에 “왜 다른 당 의원 옆에 앉아야 하느냐”며 자리를 바꿔달라는 이의 제기를 하는 일도 흔하다.
그러나 이 같은 불문율을 깨고 여야 의원들의 자리를 소속 정당이 아닌 상임위 별, 혹은 무작위나 선착순으로 정하자는 게 정 원내대표의 생각이다. 자리에서부터 소통과 협치의 정신을 구현하자는 취지다. 야당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조짐이라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좋은 아이디어다. 논의해보겠다”고 밝혔고,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논의는 해봐야 하지만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말했다.
당별로 구분된 현행 좌석 배치는 국회법에 명시된 규칙이 아닌 관례다. 오히려 제헌국회 때는 여야가 섞여 앉았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제헌국회 때는 4회 본회의까지 추첨 방식으로 자리를 정해 어울려 앉았다는 기록이 있다”며 “이후 교섭단체별로 좌석을 추첨해 앉은 게 관행처럼 이어져왔기 때문에 다시 섞어 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본회의가 열릴 때마다 선착순이나 무작위로 앉는 방식은 자리마다 의원별로 표결 버튼이 있는 전자투표 시스템 때문에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게 국회사무처의 설명이다.
학자들은 본회의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상임위 회의장도 여야 혼석의 협치를 구현하라고 주문했다. 현재 상임위 회의장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여야 상임위원들이 마주 보게 돼있다. 18대 국회 당시 국회운영제도개선자문위에 참여했던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상임위야 말로 여야의 전선이 명확한 배치라서 당시에도 전문가들이 원탁으로 바꿔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놨었다”며 “정파가 아닌 정책을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임위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론투표를 제한하고 크로스 보팅(자유투표)을 활성화 해 실질적인 협치가 가능한 구조를 열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 교수는 “미국 의회에는 강제적 당론이 없다”며 “우리도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처럼 뒷줄에 당 지도부와 중진이 앉아 앞줄에 앉은 초선 의원들을 감독하는 듯한 모양새는 피하자는 의견도 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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