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청와대 거수기… 野 책임정치 부족”
새누리 의원 92% “총선 공천 잘못됐다”
19대를 마지막으로 국회를 떠나는 현역 의원들은 지난 4년간 19대 국회의 의정활동에 대한 성적으로 ‘C학점’을 줬다. 처음 적용된 국회선진화법에 대해서는 여당 의원 10명 중 8명 이상이 ‘개정’을, 야당 의원 10명 중 8명 가까이가 ‘유지’를 주장할 정도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20대 총선 공천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잘못 됐다’는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한국일보가 19대를 마지막으로 국회를 떠나는 현역 의원 146명을 대상으로 9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9대 국회의 평점은 평균 1.97(4점 만점)로 C학점에 조금 못 미쳤다. 이번 조사에는 응답을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은 의원을 제외하고 총 82명(응답률 56.2%)이 참여했다. 설문대상을 불출마ㆍ공천탈락ㆍ낙선 등으로 국회를 떠나는 의원들로 정한 것은 20대 국회에는 승선하지 않은 이들이야말로 여론이나 동료 의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보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19대 국회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평가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야당보다 인색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제시한 평점은 평균 1.77로 ‘학사경고’를 받을 수준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17, 국민의당은 2.25로 상대적으로 나은 점수를 줬지만 C+를 넘지는 못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이날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19대 국회를 보면 거의 바닥은 아니지만 낙제점에 가깝다”고 평했다.
여당 의원은 대체로 “국회선진화법에 사사건건 발목 잡혀 법안 하나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식물국회’였다”고 평가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야당 의원 다수는 “청와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의회정치가 실종됐다”고 채점 이유를 밝혔다. 여야와 무관하게 “새누리당은 청와대 거수기 역할에 그쳤고, 야당은 책임정치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자성도 적지 않았다.
또 의원들은 의회정치가 미흡했던 이유에 대해 친박ㆍ비박계(새누리당), 친노ㆍ비노계(더민주) 등 “계파 정치가 판을 친 탓”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반면 여야를 통틀어 유일하게 만점을 준 노영민 더민주 의원은 “여야간 몸싸움이 없어졌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A학점을 줄 만하다”며 “18대에 비해 한층 더 성숙해진 국회를 20대에는 더 심화ㆍ발전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선진화법을 바라보는 시선도 여야 소속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법 개정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새누리당 의원은 84.2%가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은 78.4%가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동물국회는 방지했지만, 주요 쟁점 법안을 좀처럼 처리하지 못하는 식물국회를 초래하는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진화법상 ‘5분의 3 가중의결 원칙’은 민주정치의 기본 중 기본인 다수결 원칙에 반한다”며 반드시 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대체로 “선진화법이 다수당의 일방독주를 막는 견제장치 역할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국회가 처리 시한(매년 12월 2일)까지 새해 예산안 심사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원안을 본회의에 올리도록 하는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 등에 대해서는 “국회의 심도 있는 심의를 방해한다”며 개정 필요성을 지적했다.
20대 총선 공천과 관련해서는 ‘잘못 됐다’(80.5%)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아주 잘못 됐다’는 응답(45.1%)이 절반에 가까웠고, ‘대체로 잘못 됐다’는 응답은 35.4%였다. ‘보통’(10.9%), ‘잘했다’(3.7%)가 뒤를 이었고, ‘아주 잘했다’는 응답은 없었다. 잘못됐다는 응답은 새누리당이 92.1%로 67.5%인 야당을 압도했다. 새누리당이 친박계가 주도한 비박계 공천학살 등 계파공천으로 몸살을 앓은 반면, 더민주는 그나마 ‘시스템 공천’으로 계파 갈등의 소지를 최소화한 때문으로 풀이 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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