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ㆍ협치 가능한 국회 되려면
승자독식 구조 헌법 손질해야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인 온건파 중진 우윤근(전남 광양ㆍ곡성ㆍ구례) 의원은 “국회에서 가장 어려운 싸움이 협상인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협상을 뒤집는 식의 정치가 계속돼 안타깝다”고 지난 19대 국회를 평가했다.
우 의원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국회의 파행이 반복되는 원인에 대해 “우리나라는 승자독식의 헌법구조를 갖고 있어 여야를 막론하고 정권획득을 위해서 상대를 끊임 없이 공격해야 하고, 어렵사리 야당이 타협을 이끌어 내면 ‘여당 2중대’라는 비판을 듣기 쉽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처럼 갈등이 많은 나라에선 연정과 같이 여야 상생과 협치가 가능하도록 승자독식 구조의 헌법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몸싸움 국회’라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여야 입장이나 원 구성에 대한 유불리에 따라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16년 만에 만들어진 3당 구도에 대해선 “의원내각제나 연정이 가능한 구조에서는 3당이 힘을 갖지만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 구조 하에선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국회 법사위원장 등을 역임한 그는 호남에서 분 ‘녹색바람’을 못 견디고 4ㆍ13 총선 4선 고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12년간 일했던 여의도를 떠나는 소회는.
“홀가분하면서도 회한이 남는다. 법사위원장과 원내대표를 할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았는데, 대과 없이 물러날 수 있는 것도 운이라 생각한다.”
-17~19대 국회를 평가해 달라.
“17대는 탄핵국회로 초선의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혼란스러웠고 미숙했다. 18대는 제1야당이 80여석에 불과해 정부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등 여야 공방이 치열한 시기였다. 19대는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돼 여야간 어느 정도 견제와 균형이 이뤄졌지만 소위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시기였다.”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된 19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로서 활동했는데.
“선진화법이 다수당의 일방통행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예산은 날짜만 지나면 정부 원안대로 통과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있다.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19대 국회에 대해 ‘식물국회’라는 비판이 많았다.
“효율보다 더 중요한 게 정의이고 민주주의인데, 이를 실현하려면 기회비용이 소요된다. 진보ㆍ보수 양측이 상대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러한 절차와 과정을 생략하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다.”
-국회의원은 독립된 헌법기관임에도 당론에 의해서 움직이는 이유는.
“근본적 이유는 공천이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지만 새누리당에서 청와대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지 않고 당론에 배치됐다는 이유로 일부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한 게 아닌가.”
-20대 국회 초선 당선자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준다면.
“정치를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한 목적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한 가치와 철학이 없으면 매사 당이 정해준 대로만 정치하고 국가보다는 지역구의 표가 되는 일만 찾게 된다.”
-향후 계획은.
“우선 12년간의 정치생활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여의도를 떠나 잠시 미국이나 독일에서 권력구조 개편 등을 공부하려고 알아보고 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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