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훈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인터뷰, “말기 위암이라도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대한외과학회는 지난 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춘계학술대회를 가졌다. 이번 학술대회는 인공지능(AI)과 로봇수술 등 새로운 의료 기술 발달 속에 외과 발전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대한외과학회는 국내 158개 학회 가운데 학술활동이 가장 우수한 학회에게 주는 대한의학회의 ‘2016년 의학학회 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노성훈(62ㆍ연세암병원장) 학회 이사장을 학술대회장에서 만났다. 노 이사장은 한 해 600여 회의 위암 수술을 집도하는 ‘세계적인 위암 수술 권위자’다.
노 이사장은 “외과는 환자 생명을 다루는 필수과로 의료의 중요한 축인데도 수술 원가 보전이 안 되는 보험수가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전공의 지원율이 지난 10년간 6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어렵다”면서도 “외과 의사의 미래는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AI)ㆍ빅데이터 등을 통한 의료기술 발달에 따라 진단기술이 좋아질수록 수술 술기(術技)ㆍ수술 여부 등 의과의사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벌써 올 전공의 모집에서 외과 정원 195명 가운데 179명(91.7%)이 지원해 지난해 지원율(58.9%)보다 32.8%p나 늘어났다. 정부의 외과 수가 30% 인상과 전공의의 주 80시간 근무제 도입,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ㆍ입원 환자만 전문적으로 돌보는 의사) 도입 움직임 등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 등에 따른 것이다.
노 이사장은 “외과 전문의가 진료 현장 수요에 맞게 공급되는 구조를 만들고 왜곡된 의료 전달체계를 바로 잡기 위해 현재 4년인 외과 전문의 과정을 1년을 줄여 3년으로 만드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외과전공의 수련과정을 바꾸려는 것은 대형 종합병원에서는 이미 운영 중인 ‘분과 전문의’가 고도화된 술기를 필요한 위암ㆍ유방암ㆍ대장암 등 수술을 담당하고, 일반 병실 진료는 3년 과정만 마친 일반 전문의가 맡도록 해 의료현장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입니다.”
노 이사장은 이어 말기(4기) 위암 환자에서 위를 잘라내는 위절제술 유효성 논란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위암은 갑상선암을 제외한 중대 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새로 발생한 암 환자 22만5,343명 가운데 위암 환자는 3만184명으로 13.4%를 차지한다.
“말기 암이라도 수술이 가능한 환자가 40~60%나 되기 때문에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암이 퍼진 부위가 적은 말기 암이라면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받으면 삶의 질도 높이고 생명도 2~3년 정도를 연장할 수 있어 생을 정리하는 데 도움될 수 있거든요. 물론 암이 완전히 퍼져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말기 암이라면 생존기간만 연장하는 것은 문제이지만요.”
노 이사장은 “간이나 복막에만 국소 전이된 4기 위암 환자에게 위암 병변과 함께 전이 병변을 완전히 잘라낸 뒤 항암 치료를 병행하면 좋은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최근 4기 암으로 진단되면 수술 전에 항암치료나 항암과 방사선 동반 치료를 먼저 해서 전이 병변을 치료하거나 병변을 줄인 뒤 위암과 전이암을 수술을 통해 잘라내는 ‘전환 수술(Conversion Surgery)’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한위암학회는 최근 4기 위암 환자에게 위를 잘라내는 위절제술이 효과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위암학회는 “국내 15개, 일본 33개 의료기관의 외과ㆍ종양내과ㆍ예방의학 전문의 등이 공동 참여한 다기관 연구결과, 전이된 4기 위암의 경우 위절제술 후 항암치료를 한 집단이 항암치료만을 시행한 집단보다 생존율이 오히려 낮아 위절제술이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글ㆍ사진=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