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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생존 위해 'ICT 경계'를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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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생존 위해 'ICT 경계'를 허물다

입력
2016.05.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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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기술과 저널리즘의 만남은 단순히 언론 보도의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컴퓨터기술과 저널리즘의 만남은 단순히 언론 보도의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신문사의 이익이 급감하고 신문산업 전반이 위기에 처한 것은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 저널리즘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독자들의 종이신문을 구입하는 행위가 줄었을 뿐 아니라 미디어, 저널리즘 콘텐츠에 대한 열독률이나 구독률 자체가 급감하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종이신문은 생존 자체가 위험한 미디어로 여겨지고 매년 문을 닫는 신문사가 속출하며 신문 산업의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미 신문 산업의 몰락을 기정사실화하고 새로운 활로를 적극 개척해나가는 분위기이다.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형태는 각 나라의 미디어 생태계, 문화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콘텐츠와 정보통신기술 융합이 만드는 새 플랫폼

우선 미국의 미디어는 기존 저널리즘의 담론에 안주하기보다 전통적 저널리즘의 영역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적극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나가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미디어ㆍ저널리즘은 기존의 저널리즘 모델을 어느 정도 유지한 상태에서 현존 가치를 새로운 기술을 통해 재정립 혹은 확장시키고 있다. 정도나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전략적으로 기존 저널리즘의 영역이나 담론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공통적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뉴미디어 플랫폼에 대응하는 다양한 신규 서비스 창출뿐 아니라 콘텐츠, 서비스,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하나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런 노력 중의 하나가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이다.

최근의 데이터 저널리즘에서 더 진보한 분야인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은 쉽게 말해 컴퓨터와 저널리즘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형태인 데이터 저널리즘이 데이터를 통해 저널리즘 행위를 하는 것이라면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은 데이터, ICT, 드론 등 제반 컴퓨터 기술을 저널리즘 행위에 가미하는 보다 더 광범위한 혁신이라 볼 수 있다.

영국의 가디언, BBC, 미국의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이 앞다퉈 각종 컴퓨터기술을 창의적으로 언론활동에 접목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데이터 민주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데이터 분석을 통한 수준 높은 보도, 데이터를 통한 독자들과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데이터 저널리즘을 선도하고 있다. BBC는 단순 인포그래픽이나 디자인을 넘어 데이터 스토리텔링, 인터랙티브 플랫폼 등 새로운 데이터기반 방송을 구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인터랙티브 뉴스인 ‘스노우폴(Snow Fall)’이나 ‘나우(Now)’등 인터랙티브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독자경험을 창출하고 있다. 프로퍼블리카 신문은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독자대중의 참여적 활동을 촉진하는 등 뉴스 콘텐츠 자체를 매우 풍부하게 하고 있다. LAT는 ‘Quakebot(퀘이크봇)’이라는 자동기사작성 로봇이 지진감지를 통해 자동적으로 기사를 생성해 내고 있다. ESPN은 알고리즘에 기반한 소프트웨어가 스포츠경기에 관한 기사를 실시간으로 생산해내도록 해 로봇저널리즘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해외의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은 공히 전통 저널리즘에 좀 더 멋있는 디자인적 그래픽을 삽입하거나 복잡해 보이는 통계를 포함하거나 언론현장의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하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언론행위의 과정에 소프트웨어를 부수적으로 적용하는 정도가 아니다. 여러 컴퓨팅 자원을 최적화하고 데이터를 수집, 분석, 해석하여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고 통찰력을 도출하는 ‘센스 메이킹(Sens making)’으로 독자, 산업, 정부 등 미디어생태계에서의 새로운 관계설정을 시도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있다.

컴퓨터가 우선? 저널리즘이 우선?

주목할 대목은 이러한 노력들이 단순히 언론사의 자구적 노력이나 언론분야에 한정된 변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비단 언론사만의 변화뿐 아니라 대중, 정부, 산업, 사회 전체의 혁신이다. 컴퓨터 기술과 그 기술을 둘러싼 서비스, 인프라, 콘텐츠의 혁신, 대중들의 미디어 소비형태의 변화, 정부와 산업의 변화, 사회를 둘러싼 생태계의 변화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예를 들어 데이터 저널리즘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언론사 내부의 데이터 뉴스룸 혁신뿐만 아니라 개방데이터를 위해 정부의 공공데이터 개방 정책 등의 열린정부가 선행해야 하고, 산업간 데이터의 공유개방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며, 대중의 데이터에 대한 전반적 이해와 데이터에 대한 수준향상이 요구된다. 영국의 가디언과 BBC가 데이터 저널리즘을 위해 영국 정부, 관련 기업들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는 이유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컴퓨터활용보도(Computer-Aided Reporting)나 온라인저널리즘(Online Journalism) 등 과거의 일시적 현상으로 끝난 시도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시도는 저널리즘의 전통 모델이나 기존 언론테두리 안에서 부수적으로 컴퓨터를 가미한 것에 비해, 최근의 시도는 저널리즘의 전통 테두리에서 벗어나 보다 더 적극적으로 컴퓨터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융합이 가속화 할수록 미래 미디어 산업이 IT기업과 경계가 사라져 무엇이 미디어고 무엇이 컴퓨터인지 무의미해졌다. 구글은 구글 뉴스랩의 출범을 통해 저널리즘으로의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구글 뉴스랩은 궁극적으로 정보를 잘 조직해서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목적으로 뉴스 미디어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며 새로운 언론패러다임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추해 볼 때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은 선택사항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 혁신이고, 일회성 프로젝트로써가 아니라 영속적으로 일어날 것임을 알 수 있다. 대중은 이제 뉴스가 신문사에서 나오던 포털에서 나오던 상관없이 질 높은 기사를 좋은 서비스로 받아보길 원할 뿐이다.

이러한 혁신의 현장에서 드는 여러 의문 중 하나는 ‘과연 컴퓨터와 저널리즘의 융합에서 무엇이 주가 되느냐’는 것이다. 저널리즘이 주가 되어 컴퓨터 기술이나 접근을 보조적으로 가미하느냐, 아니면 컴퓨터가 주가 되어 저널리즘적 기교를 접목하느냐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독자들은 이미 속보성, 신뢰성, 객관성 등에 있어 소프트웨어가 생산하는 로봇저널리즘 기사를 인간 기자가 쓰는 기사보다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네덜란드 틸버그대학(Tilburg University)의 연구팀이 로봇기사와 인간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비교·분석한 실험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실험에 참여한 독자들은 인간 기자가 쓴 기사보다 알고리즘에 의한 로봇기사에 훨씬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은 저널리즘의 전통적 가치인 비판 및 감시기능보다 명확성, 정보성, 신뢰성을 담보한 로봇기사를 더 신뢰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정황은 미래의 미디어에 ‘과연 인간기자가 궁극적으로 필요할 것인가’라는 도발적 질문을 제기한다. 결국 로봇이 기자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현실적 질문은 과연 미래에 저널리즘 혹은 미디어가 존재할 것인가에 관한 실존적 물음으로 귀결된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달과 기술융합현상은 기술과 미디어, 서비스와 콘텐츠, 뉴스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경계를 허물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의 요체는 ‘맥락’

따라서 미래의 저널리즘은 로봇저널리즘의 속보성, 객관성, 정확성 등의 분야보다 앞설 수 있는 다른 분야에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기자의 주관이나 언론사의 특정입장에 근거한 기사나 단순한 피상적 정보를 보도하는 것을 넘어서 객관적 데이터를 통한 심층적 맥락을 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독자들은 특종이나 단순 사실보도보다 여러 편린적 데이터를 종합한 심층적 맥락보도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SNS나 기타 기술의 편재로 독자들이 더 많은 데이터와 실시간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다양하고 파편화된 데이터를 모아 고급의 정보로 재생산한 후 심도있는 맥락을 전달해 주는 것이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의 궁극적 목적이고 그 한 방법론이 데이터 저널리즘이다. 러츠거스 대학의 존 파블릭(John Pavlik)교수는 미래저널리즘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이 맥락저널리즘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데이터저널리즘이나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인포그래픽을 삽입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맥락을 전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미국 저널리즘의 추세를 연구하며 단순 사실 보도(fact-finding reporting)는 줄어드는 반면, 맥락적인 보도가 증가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 SNS 등을 통해 실시간 보도가 확대되면서 기자들의 사실 보도가 갖는 매력은 감소하고 보도 자체는 이제 ‘오픈소스화’ 되고 있기 때문에, 맥락을 짚어주고 전해주는 뉴스가 중요해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래의 기사는 단순한 피상적 정보를 던져주기 보다, 심층적 맥락을 독자에게 제공해야 하며 그것이 미래 저널리즘의 역할이고, 또 심층적 맥락과 로봇의 객관성, 속보성을 적절히 융합하는 것이 상생의 전략이다. 결국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은 로봇이 할 일과 인간 기자가 할 일을 교통정리해주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신동희 성균관대학교 인터랙션사이언스과 교수(현재 미 캘리포니아대학교 방문교수)

● 신동희 교수는

성균관대 소프트웨어 대학 인터랙션 사이언스 학과 교수로?BK21?플러스 인터랙션 프로젝트 사업단장을 맡고 있다.?미 시라큐스대학에서 정보와?휴먼컴퓨터인터랙션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정보과학기술학과 교수, 사회정보학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휴머니타스 테크놀로지’ ‘빅데이터와 언론’ ‘인간과 빅데이터의 상호작용’ ‘인간 초연결사회를 살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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