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9일 첫 회동을 갖고 협력을 한 목소리로 강조하면서도 야권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3당 체제에서 야권공조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날 회동은 오전 10시 34분에 시작돼 단 10분간만 진행됐다. 박 원내대표는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우 원내대표를 향해 “제1당은 기다려야지”라는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우 원내대표가 이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꽃 피는 데 두 야당이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며 손을 내밀자 박 원내대표는 “제1당에서 베풀어야지 작은 당한테 내놓으라고 하면 안 된다”고 거듭 응수했다.
첫 만남이었던 만큼 두 원내대표는 덕담을 건네며 20대 국회에서의 협력을 다짐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같은 당에 있을 때 ‘차기 지도자는 우상호’라고 몇 번 이야기했다”면서 “제1당 원내대표로서 충분한 리더십을 발휘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와 저는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같은 문하생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 분의 뜻과 정신을 지키는 데 있어서 누구보다 협조가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야권의 텃밭인 호남을 둘러싸고도 기싸움이 이어졌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광주유니버시아드 개최를 기념해 만든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총선 때 호남에서 심판을 세게 받았다. 겸손하게 민심을 받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 앞에서 국민의당에게 빼앗긴 호남민심을 되찾아 오겠다는 의지를 다진 셈이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두 원내대표 간 불편한 기류는 회동 전에도 감지됐다. 박 원내대표는 회동장으로 이동하며 우 원내대표의 넥타이에 대해 “오늘 광주를 나타내는 빨간 넥타이를 매고 왔다는데 나는 새누리당 색깔의 넥타이를 안 좋아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두 원내대표는 이날 또 다른 야당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는 각각 비공개 회동까지 포함해 20분간 환담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앞으로 원내대표간 회동 등에서 정의당에 원내 교섭단체에 준하는 대접을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박 원내대표도 노 원내대표에게 “거대 1, 2당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데 협력하자”며 공조를 강조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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