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자 유통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업계 입장에선 김영란법이 내수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가장 반발하고 나선 것은 백화점이었다. ‘김영란법’ 시행령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5만원 이상 선물이 90%를 넘는 백화점은 아예 문을 닫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매출 타격이 불 보듯 뻔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당장 올해 추석부터 명절 장사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특히‘김영란법’은 사회 전반적인 선물 기피 현상을 야기, 백화점뿐 아니라 유통업계 전체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란 게 기업들의 걱정이다. 특히 최대 대목인 설이나 추석 등 명절 판매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실적도 추락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호텔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A 호텔 관계자는 “호텔에서 3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식단이 몇 개나 있겠냐”며 “앞으로 호텔 영업은 숙박만 해야 할 판”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영란법’ 시행령이 입법예고 됐다는 소식에 울상을 짓기는 축산농가도 마찬가지였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보통 20만~30만원대에 팔리는 명절 한우 선물 세트는 팔지 말라는 것이나 똑같다”며 “우리 고유 명절에 수입산 고기만 선물하란 얘기냐”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에 권익위원회와의 면담을 통해 열악한 국내 농가 상황을 설명했고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해서 기다린 결과가 고작 이것 밖에 안되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화훼업계 또한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화훼협회 관계자는 “요즘 화환은 10만원 이하는 거의 없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결과적으로 화훼업계는 모두 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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