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의회가 구제 금융을 받기 위해 추가 긴축을 담은 경제 개혁안을 승인했다. 이에 그리스 시민들은 “서민들의 삶을 옥죌 악법”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리스 의회는 9일(현지시간) 새벽 연금 삭감, 증세 등 집권당이 내놓은 개혁법안들을 채택했다. 이날 표결에서 급진좌파연합(시리자)과 독립그리스인당 등 연립정부 소속 의원 153명은 모두 찬성표를, 야당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지면서 153대 143표로 가결됐다. 개혁안에는 3차 구제금융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연금 지급액 삭감, 연금펀드 통폐합, 개인 분담금 증가, 중상층 증세 등의 내용을 담았다.
개혁안을 주도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당초 긴축 재정에 반대하며 지난해 1월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입장을 바꿨고 지난해 7월 860억 유로(114조원)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채권단(국제통화기금,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등)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2018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인 54억 유로 규모의 긴축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치프라스 총리는 “더 나은 대안을 찾아봤지만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을 받을 길은 개혁안을 시행하는 것 뿐”이라며 “이에 따른 부담은 사회 전체가 공정하게 나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자 등 개혁안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추가 긴축이 이뤄지면 서민 생활은 더욱 어려워진다”며 지난 7일부터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 곳곳에서는 화염병과 최루탄 등 무력 충돌도 벌어지고 있다. 9일 하루에만 아테네에서 1만8,000명, 테살로니키에서 8,000명 규모의 시위가 발생했다. 보수 야당 관계자는 “개혁안은 실패하고 그리스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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