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가 입장 밝혀라”
19대 국회 설득할 것 요구
대한법학교수회도 “시험 유지”
양성제도개선 자문委서 2명 사퇴

일부 고위 법관ㆍ공직자 자제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불공정 입학 사례가 최근 교육부 조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커 2017년 말 폐지될 예정인 사시가 남게 될지는 안갯속이다.
노민상(35)씨 등 사시 고시생 6명은 9일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회담을 하고싶다”며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 회의실을 점거했다. 이틀치 식량과 물, 담요까지 챙겨온 이들은 “안 대표를 만나 19대 국회에서 사시 존치 또는 유예 결정을 내리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5년째 고시생인 노씨는 “유력 대선 후보이자 영향력 있는 정치인인 안 대표가 사시 존치나 유예 입장을 밝히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도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며 점거 이유를 말했다. 사시를 존치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등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나 20일 19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처지다.
이들을 응원하려 수험생 등 3명도 당사를 찾았다. 한모(41)씨는 “지난 총선의 화두가 ‘흙수저’였다. 그만큼 한국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며 “노력만으로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사시가 아직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씨 등은 안 대표와 대화가 될 때까지 당사 점거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시 유지를 주장하는 대한법학교수회는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기자실을 찾아 법사위가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19대 최종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법학교수회는 “마지막 본회의가 10일밖에 안 남았는데 아무 조치를 안 하는 이상민 법사위원장의 직무유기를 방관할 수 없다”며 “백원기 인천대 법대 교수 등 대한법학교수회 대표 2명이 법조인 양성제도개선 자문위원회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회원 50여명은 11일 오전 ‘로스쿨 불공정 입학’ 규탄대회를 서울대 로스쿨 정문 앞에서 열어 현행 로스쿨 제도를 비판하고 사시 존치의 필요성을 주장할 예정이다. 고시생 대표 박성환씨는 “고위 법관 자제임을 자기소개서에 써도 넘어가는 부조리한 입학 과정을 진행해온 로스쿨로 제도가 일원화되면 없는 집 자식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좌절될 것이어서 사시 유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시는 엘리트 선발제도에 불과하고 기수 문화 폐단이 있는데다 로스쿨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사시 출신인 이찬희 변호사는 “일부 로스쿨 불공정 의심 사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앞서 문제가 돼 폐지키로 한 사시를 부활하자는 목소리는 법조인 선발ㆍ교육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변호사회는 로스쿨 입학 전형시 부모ㆍ친인척의 직업과 소득 수준 등을 적은 지원자는 입학을 취소하도록 하는 ‘로스쿨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의 개정 입법 청원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