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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훈 “왕이로소이다”

입력
2016.05.0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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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모로코 라바트에서 끝난 유럽프로골프 투어 하산 2세 트로피에서 우승한 왕정훈. JDX 제공
9일 모로코 라바트에서 끝난 유럽프로골프 투어 하산 2세 트로피에서 우승한 왕정훈. JDX 제공

한국 남자 골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주름잡는 여자 선수들에게 주눅 들어 있던 남자 선수들도 세계 무대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 남자 골프의 신예 왕정훈(21)이 9일(한국시간) 모로코 라바트의 다르 에스 살렘 로열 골프장(파72ㆍ7,487야드)에서 끝난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하산 Ⅱ(2세) 트로피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인 그는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 나초 엘비라(스페인)와 공동 선두로 연장전에 돌입한 뒤 2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정상에 올랐다.

2차 연장 끝 극적 역전승

전날까지 공동 5위였던 왕정훈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최종 라운드에서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약 4m의 내리막 버디를 낚으며 공동 선두에 올라 모멘텀(승리의 기운)을 탔다. 이어진 연장 승부는 백미였다. 엘비라의 2번째 연장전 티샷이 옆으로 날아간 사이 왕정훈은 3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다. 3번째 샷을 그린 옆 러프에 빠뜨린 엘비라가 칩 인 버디에 실패하자 왕정훈은 버디 퍼팅을 성공하면서 숨 막히는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왕정훈은 우승 상금 25만 유로(약 3억3,000만원)와 함께 2017년 EPGA 풀시드권을 획득해 기쁨을 두 배로 늘렸다. 또 지난 달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정상에 선 이수민(23 ㆍCJ오쇼핑)에 이어 올해 EPGA에서 우승한 두 번째 한국선수로 우뚝 섰다. 한국인 통산으로는 최경주, 위창수, 양용은, 노승열, 정연진, 안병훈, 이수민에 이어 8번째다.

넓은 세상으로 나간 소년

왕정훈은 관계자들 사이에서 희귀종으로 통한다. 편한 길 대신 스스로 고생길을 걸어왔다. 어린 나이에도 혼자 세계 각지를 돌며 투어 생활을 할 만큼 독립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니어 시절부터 골프 천재로 주목 받은 그는 국내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필리핀으로 건너가 17세이던 2012년 프로에 입문했다. 그 해 중국프로골프(CPGA) 투어에서 차이나 PGA 2차ㆍ5차 대회 우승 등으로 상금랭킹 1위에 올랐다.

해외 투어를 돌며 값진 경험을 쌓은 그는 2014년 두바이 오픈 준우승, 지난해 월드클래식 챔피언십 3위로 두각을 나타냈고 올해 아시안투어와 EPGA가 공동 개최한 히어로 인디언 오픈 준우승과 하산 2세 트로피 우승으로 본격적인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는 평가다. 필리핀과 중국을 거쳐 아시안투어·유럽까지 제패한 셈이다.

이제는 올림픽이다

2015년 말 세계 랭킹이 169위였던 왕정훈은 5개월 만에 133위로 뛰어올랐고 이번 주 순위에서는 90위 안쪽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리우 올림픽 티켓을 노려볼 만한 위치다. 국가별 상위 2명이 나가는 2016 리우 올림픽 경쟁에 안병훈(24위)과 김경태(48위), 이수민(75위)에 이어 신예 왕정훈이 가세하는 모양새다. EPGA 풀시드를 따낸 왕정훈의 경우 유럽 투어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 지역에서 자주 열리는 장점을 등에 업고 막바지 대역전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실력으로도 밀리지 않는 장타자다. 키 180cm의 당당한 체구를 지닌 왕정훈은 올 시즌 아시안투어에서 기록한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가 298.95야드(약 273m)로 집계될 만큼 시원한 장타를 주특기로 한다. 2015년엔 평균 300야드(300.44야드ㆍ약 275m)를 넘기도 했다. 여기에 부쩍 좋아진 퍼팅이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올해 아시안투어에서 평균 퍼트 수 28.71개로 20위에 올라 있다.

감격의 우승 뒤 왕정훈은 “연장에 들어서면서 불안했는데 평소 아버지의 ‘순위에 얽매이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던 말씀이 기억나 마음 편하게 먹었던 게 (우승의) 계기가 됐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열심히 하겠다. 우승을 (현지 날짜) 어버이날에 하게 돼 부모님께 감사의 표시를 드린 것 같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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