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데이비드 로드리게즈씨는 오전 6시30분이면 산타 모니카 해변의 스타벅스로 향한다. 그는 이곳에서 커피 한잔을 주문한 후 휴대폰 충전기를 꼽고 무료 무선인터넷서비스(Wi-Fi)를 이용해 페이스북에 접속한다. 대형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조금 다른 점은 로드리게즈가 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노숙자라는 사실이다.
미 공영라디오 NPR은 8일(현지시간) LA의 스타벅스 매장들이 노숙자들의 ‘아지트’로 부상하며 노숙자 문제의 최전선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스타벅스가 노숙자들의 인기 장소가 된 이유는 화장실과 무선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숙자들이 즐겨 찾는 쉼터나 공공 도서관이 오전 늦게 개방한다는 점도 노숙자들이 스타벅스에서 진을 치며 시간을 보내는 이유의 하나다. 레스터 몬존 전 스타벅스 매니저는 “아침마다 대규모 노숙자들이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는 화장실로 가 ‘샤워 시간’을 갖는다”며 “그들이 셔츠를 벗고 몸을 씻는 바람에 화장실은 완전히 엉망이 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노숙자 중 상당수가 약물에 중독 돼 있거나 정신 질환을 앓고 있어 직원이나 고객과 마찰이 생길 우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스타벅스 매장은 화장실을 아예 폐쇄하거나 경비원을 고용해 노숙자들이 점포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LA에서는 노숙자 수가 최근 2년간 12%나 증가해 4만4,000명에 육박하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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