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 보낸 아이들의 손편지
고흥녹동초 407명 감사편지 써
우편 통해 소록도 성당에 전달
“수녀님은 우리의 영웅이예요. 이 세상에서 수녀님 같은 분은 없을 거예요. 43년간을 한센인 환자를 위했던 수녀님의 마음 잊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
전남 고흥 녹동초등학교 5학년 박이서(12)양이 소록도 한센인들의 천사로 불린 외국 할매 수녀에게 쓴 손편지다. 연필로 써 내려간 글 곳곳에는 수녀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손편지운동본부는 9일 고흥군 도양읍 녹동초등학교 전교생 407명을 대상으로 소록도 슬픔을 위로하는 감사의 편지쓰기 행사를 가졌다. 이번 행사는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43년간 한센인을 간호하며 봉사한 마리안느 수녀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기 위해 마련됐다.
학생들은 이날 외국 할매 수녀의 헌신적인 봉사활동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고사리 손으로 또박또박 한 글자씩 써 내려가며 편지에 담았다.
6학년 김은서(13)양은 “꽃다운 27살 나이에 한센인을 위해 먼 나라에서 오셔서 소록도라는 작은 섬에 손을 내밀어주신 수녀님에게 감사한다”며 “환자를 일일이 돌봤던 수녀님을 꼭 한 번 보고 싶다”고 썼다.
5학년 설유은(12)양도 “모든 사람들이 꺼려하는 한센병 환자들을 맨손으로 피고름을 짜면서 치료하신데 존경스러웠다”며 “소록도병원 100주년을 축하하며 수녀님 건강하십시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어린이들의 편지는 손편지운동본부를 통해 우편으로 마리안느 수녀가 머무는 소록도성당에 전달된다. 40여년간 소록도에서 봉사하면서 ‘할매수녀’로 불렸던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수녀는 10년 전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가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에 초청돼 최근 마리안느 수녀만 소록도를 다시 찾았다.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는 “두 수녀님의 희생정신과 행동을 아이들에게 알리는 기회가 됐다”며 “그 동안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우리의 마음이 아이들의 손편지를 통해 두 수년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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