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부터 줄곧 따라붙던 ‘신동’이란 수식어는 30대 때 ‘슬럼프’로 바뀌었다. 불혹을 넘은 이제 그의 이름 앞에는 ‘막시무스’(라틴어로 최상급을 의미)란 별명이 붙는다. 러시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42) 얘기다.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그가 3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1996년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 후 여섯 번째 내한 독주회다.
벤게로프는 최근 한국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내 연주 스타일은 20~30대에서 40대인 지금 완전히 바뀌었다. 지휘자로 교향곡들을 지휘한 게 연주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벤게로프는 5살부터 솔로 리사이틀을 열고 10살에 데뷔 앨범을 냈다. 예프게니 키신(45), 바딤 레핀(45)과 함께 ‘러시아 신동 트리오’로 10대 때부터 이미 세계 무대의 주목을 받아왔다. 풍부한 울림과 깊은 감성은 오이스트라흐(1908~1974), 화려한 기교는 하이페츠(1901~1987)에 비견되기도 한다. 그래미상을 비롯, 그라모폰, 에코클래식 에디슨클래시컬뮤직 등 음악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2007년부터 2011년까지 3년여 어깨 부상으로 연주활동을 중단, 대신 지휘봉을 잡았다. 벤게로프는 이 시간을 “음악가로서 쉬는 건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고 그 기간을 통해 새로운 음악가로 태어났다”고 말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연주자들이 활동을 중단해요. 파가니니는 5년을 쉬었고, 호로비츠는 12년을 쉬었죠. 핀커스 주커만도 쉬었고요. 쉬는 동안 지휘를 공부하고, 다른 연주자와 교류도 했죠. 덕분에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할 수 있게 됐고요.” 마린스키 발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그슈타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임명되는 등 지휘자로 인정받던 벤게로프는 2011년 다시 바이올리니스트로 복귀를 선언했다.
이번 연주회에는 1999년부터 호흡을 맞춰왔고 그의 첫 지휘 스승이기도 한 피아니스트 베그 파피언과 함께 선다. 벤게로프는 파피언을 “훌륭한 음악감독”이라며 “흥미로운 점은 그가 소나타를 연주할 때 단순히 피아노 연주자가 아니라 오케스트라 전체 관점에서 음악을 보면서 연주한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7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중 샤콘느, 이자이 바이올린 소나타 6번, 에른스트 ‘여름의 마지막 장미’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관객을 ‘듣는 여행’(journey to listen)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여러 작곡가 작품으로 연주회를 이끌려고 하죠. 하나의 악기 소리만이 아니라, 여러 소리가 혼합된 다양한 음의 매력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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