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가 김동호(79) 부산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을 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하기로 최종 합의해 올해 부산영화제는 예정대로 개최될 전망이다. 부산영화제가 파국적인 상황을 극적으로 피했으나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는 분석이다.
부산시와 부산영화제는 9일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을 새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측은 영화제 운영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김 위원장의 조직위원장 추대를 논의해 왔다.
김 위원장 추대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의 부산영화제 상영을 둘러싸고 불거진 부산시와 부산영화제의 갈등은 봉합 수순을 밟게 됐다. ‘다이빙 벨’ 상영 뒤 부산시는 부산영화제에 대한 감사 실시,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 종용, 이 위원장 검찰 고발 등으로 영화제를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부산영화제는 영화제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독립성 확보를 위해 부산시장이 당연직인 조직위원장의 민간인 위촉과 영화제 정관 개정을 요구했고, 국내외 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의 주장을 지지해 왔다. 영화계 주요 단체들로 구성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범 영화인 비대위)는 지난달 부산영화제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올해 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올해 영화제가 반쪽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부산시와 부산영화제가 영화계의 신망이 두텁고 행정력이 뛰어난 김 위원장을 새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하게 됐다. 칸국제영화제 개막(현지시간 11일) 전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화제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영화계는 김 위원장의 조직위원장 추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영화진흥공사 사장과 문화부 차관 등을 거친 김 위원장은 1996년 영화제 창립 때부터 2010년까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내며 영화제 성장을 이끌었다. 부산영화제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지속되면서 영화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김동호 역할론’이 제기돼 왔다.
정관 개정을 둘러싼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부산시와 부산영화제는 이달 임시총회를 열어 김 위원장의 조직위원장 선출과 정상적인 영화제 개최를 위한 정관 개정만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김 조직위원장 체제에서 추가 정관 개정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춘연 범 영화인 비대위원장은 “김 조직위원장 추대는 어느 영화인이나 반길 만한 일이고 영화인들은 영화제의 정상적인 개최를 바라고 있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임시총회에서 밝힐 정관 개정에 대한 입장을 들어봐야 (보이콧 철회에 대해)영화인들도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부산시와 부산영화제의 합의에 대한 일부 영화인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독립영화인들을 중심으로 김 조직위원장 추대만으로는 부산영화제 사태가 해결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관 개정 등에 대한 김 위원장의 전권 행사가 보장되지 않고 부산시가 갈등 유발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부산시 의향대로 영화제가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강수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부산시와의 합의 전에 많은 영화인들을 만나 의견과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안다”며 “일부 영화인들의 반대 기류가 강한데 이들에게 어떻게 협조를 구해야 할지도 숙제”라고 밝혔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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