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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정치공학도 시대정신 담보해야 성공

입력
2016.05.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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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립(鼎立)은 ‘세 세력이 솥발과 같이 벌여 서다’란 뜻으로서 안정적 체제를 의미한다. 삼국지에서도 위·촉·오 삼국의 정립을 기반으로 한 천하삼분지계가 천하를 안정시켰다. 20대 총선 결과 나타난 3당 체제를 ‘정립’으로 표현하는 일이 온당할지 모르나,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크게 틀린 묘사는 아닌 듯하다. 그러나 3당체제는 매우 불안정해 보인다. 우선 여소야대의 분점 정부가 정국의 안정과 상호보완적이지 않다. 이는 민주화 이후 최초의 총선거였던 13대 총선을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선거 결과는 헌정사상 최초로 여소야대였으나 3당합당으로 민의는 심각하게 왜곡되었다. 비단 여소야대가 갖는 속성이 아니더라도, 인맥과 계파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정당의 빈번한 이합집산은 특히 대선 정국에서 두드러진다. 이번 여소야대 정국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공학을 동력으로 하는 원심력의 증가로 나타날 것이며, 정당체계의 인위적 재편 가능성은 증대할 것이다. 이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탈당, 분당, 통합이 정당체계의 불안정성을 결과했던 정당사에서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1990년의 3당 합당과 1997년의 DJP 연합의 정치적 상상력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그만큼 대선 정국에서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의 가능성은 크다. 이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첫 번째 변수로는 새누리당의 친박세력이 20대 총선에서 다수의 당선자를 내면서 19대보다 친박이 더 강고해질지, 아니면 미래 권력의 향배와 함께 친박의 분화와 비박의 재편으로 연결될 지이다. 보수진영의 일각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론이 제기되는 것은 보수세력의 재집권을 위한 큰 그림의 일환이다. 새누리당의 분화와 여권의 지각변동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 총선에서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낙마한 새누리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카드를 언제라도 꺼내 들 태세이지만 관료 출신이 정당에서 대선후보로 성장한 예가 없어서 반 총장 카드는 의외로 싱겁게 끝날 수 있다. 대안으로 50대 세대교체론을 생각할 수 있으나 현역 단체장 몇 명을 제외하고 뚜렷이 부각되는 인물이 없다. 게다가 전임 경기지사 등 단체장들이 대선에 실패했던 학습효과 때문에 가능성이 크지 않다.

두 번째 변수는 더불어민주당 내부다. 김종인 지도부와 친노 및 친문 세력과의 역학관계의 변화와 갈등의 정도에 따라 야권의 정치지형 변화로 연결될 소지는 충분하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양당의 주류인 친박과 친노 및 친문재인 세력 등의 범주류의 영향력이 건재함이 입증됐다. 단순화하면 친박패권과 친문패권의 ‘적대적 공존’의 구도가 강화되면 의외로 양당 내부에서 비주류에게 원심력으로 작용할 변수가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일정 부분 새누리당의 지지를 흡수한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의 연대 가능성을 상정할 수도 있다. 또한 새누리당의 친박의 분화가 전체 정계개편과 맞물릴 수도 있다. 야권의 주류와 비주류의 분열, 호남의 지지를 받는 세력과 영남의 지지를 견인하는 집단 간의 연합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현재의 대선 주자군이 아닌 새로운 인물의 부상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안철수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거의 상수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향후 야권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 중 누가 호남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가 두 사람이 최종 상수로서 남느냐의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다. 이는 손학규 전 고문과 야당 내의 잠재적 주자 군의 부상 가능성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야권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선 구도가 어떻게 형성될지 현재로써는 가늠하기 어렵다.

네 번째,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입김으로부터 얼마나 자율성과 재량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와, 더민주의 원내지도부가 이념적 선명성과 정체성의 순혈주의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20대 국회의 협력정치와 타협의 정착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양당 원내지도부의 자율성의 한계가 노출될 때 이는 정당 구도의 원심력과 친화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모든 시나리오들이 오로지 권력게임을 위한 정치공학에만 머문다면 대선에서의 시대정신이 차지할 공간은 어디인가. 정치공학도 시대정신과 아우러질 때 현실정치로서의 존재의미를 찾을 수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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