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예산을 가로챈 연구소장과 연구원 행세를 한 조카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대전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부 연구개발과제를 맡아 지원받은 국가 출연 연구비 7,7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충남 금산의 한 중소기업 부설연구소장이자 모 대학교 겸임교수인 이모(5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또 허위 연구원으로 참여한 이 씨의 조카(33)를 사기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는 2010~2014년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연구과제로 자신이 신청해 선정된 ‘인삼의 사포닌 등 효능’ 과제를 수행하면서 조카를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하고, 연구물품 구매내역을 거짓으로 꾸미는 등 수법으로 연구비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개인적으로 허위 여행을 다녀왔는데도 연구와 관련한 출장을 다녀온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연구수당 정산보고서를 조작해 연구비를 받아 챙기기도 했다.
이 씨는 또 연구과제에 필요한 시약 등 소모성 재료를 구입하면서 납품업자에게 실제 구입한 금액보다 부풀린 허위 견적서를 요구해 연구비 카드로 결제한 뒤 그 차액을 돌려받기도 했다.
이 씨의 조카는 연구원으로 등록돼 인건비를 챙겼지만 연구과정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연구책임자에게 연구원 지정 권한이 있는 데다 연구비 지출 증빙 자료만 제출하면 별다른 확인 절차가 없는 점 등을 악용해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 씨가 수행한 연구개발과제는 총 5단계에 걸쳐 1억5,0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될 예정이었으며, 4단계에서 경찰에 덜미를 잡히며 이 가운데 1억2,000여만원이 지원된 상태였다. 정부가 지원한 실제 예산의 절반 이상을 이씨 등이 가로챈 셈이다.
경찰은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비를 빼돌리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연구원의 지정, 연구물품의 검수ㆍ확인시스템 등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며 “국고보조금의 지급 선정부터 사후 관리까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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