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로 넘기고 세원 관리만” 검토
‘맥주 보이’ 논란 일자… 국세청장, 주류 업무 이원화 문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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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야구장에서 맥주를 이동 판매하는 이른바 ‘맥주 보이’를 금지한다고 했다가, 야구팬들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들끓자 결정을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과 식약처는 엇박자를 냈다. 식약처는 ‘맥주 보이’ 금지가 주류 면허를 담당하는 국세청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한 반면, 국세청은 야구장 관람석이 주류 판매가 가능한 장소로 볼 수 없다는 식약처 판단 때문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맥주 보이’ 논란이 발생한 뒤 간부회의를 소집해 주류 관련 업무의 이원화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주류 면허관리 업무를 보건당국(식약처)으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맥주 보이’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술 관련 업무를 세무ㆍ보건당국이 분점하는 현행 제도의 부작용이 크다는 인식 때문이다.
국세청 고위관계자는 8일 “국세청과 식약처 등에 혼재된 주류 관련 업무를 단일화해, 면허관리 업무를 보건당국으로 넘기고 국세청은 세원관리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지난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반 세기 이상 수행해 오던 주류 면허관리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얘기다.
국세청이 주류 면허관리 업무를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건 업무 비효율성 때문이다. 국세청은 2010년 주류의 위생이나 주류 함유물질의 유해성 여부 등 안전관리 업무를 식약처로 이관했다. 일반 식당에서 술을 음식처럼 자유롭게 사서 마시는 등 주류시장의 여건이 바뀐 상황에서, 식품안전 전문기관인 식약처가 위생 관리 등을 담당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이에 따라 현재는 식약처가 원료 사용 및 유통과정 등의 안전관리를 전담하고, 국세청은 주류를 만들고 판매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면허 발급 및 관리만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양 기관간 업무영역이 불분명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주류 유통 과정에서의 관리도 식약처와 국세청 업무가 혼재돼 있다. 위생에 대한 부분은 식약처가 담당하지만, 주류의 이동식 판매나 인터넷 판매 금지 등은 국세청에서 관할한다. 이들 두 기관만 얽혀있는 것이 아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청소년에 대한 판매 금지 부분은 여성가족부가, 전반적인 음주 폐해 관리는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등 주류 업무가 여러 군데 혼재돼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큰 방향은 잡혔지만 국세청 내부에서도 의견이 조금씩 엇갈리고 있어 최종 확정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세청 한 간부는 “현재 인력구조 상 탈세 적발 등 세원관리만 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업무 조정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200명 가량인 주류 탈세 단속 인원이 무려 67만명에 달하는 주류업계 종사자들을 조사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을 정도다. 선택과 집중으로 세원 관리에만 전념하는 게 보다 효율적이라는 얘기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제조 과정에서 위생 상의 문제로 식약처에 적발이 될 경우 식약처 요청에서 따라 국세청이 제조면허를 취소해야 하는 이중 구조도 업무 이관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내부에선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국세청 관계자는 “주류 면허도 제조, 판매업체에 대한 관리의 일종으로 세원 관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이것을 보건당국에서 맡는 것이 적절한지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무 이관을 하려면 주세법 등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업무 이관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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