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통일 대남 분야 성과보고
“북과 남 반목은 외세에 어부지리…”
1997년 나온 통일 원칙까지 재탕
심리전 방송과 대북전단 중단 제안
남북 대화 단절 책임 남측에 전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밝힌 통일 대남 분야 성과 보고는 ‘우리민족끼리 통일’과 ‘남북 대화와 협상’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미 36년 전 김일성 주석이 제시한 통일 방안을 그대로 답습했고, 통 큰 대화 제스처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면피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선대 통일방안에 무임승차, 통남봉미 강조
제7차 당대회에선 ‘김정은 식’ 새로운 통일 청사진은 제시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당의 조국통일노선은 위대한 수령들이 제시한 주체적 통일노선이다”고만 언급하며 선대 통일 방안에 무임승차했다. “우리 대에 반드시 조국을 통일해야 한다”거나 “통일은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북한이 1997년부터 제시한 조국통일 3대 헌장(조국통일 3대 원칙,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 등)을 쭉 풀어 놓았을 뿐이다.
특히 강조한 대목은 ‘우리민족끼리’다. 김 위원장은 “북과 남이 갈라져 서로 반목하며 대결하는 것은 외세에 어부지리를 주는 자멸행위”라거나 “우리민족끼리 해결하려는 든든한 배짱과 자신심(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정일 시대에도 거의 언급이 되지 않았던 주한미군 철수까지 언급하며 통남봉미(通南封美) 전략을 취했다.
정부 관계자는 “1980년대만 하더라도 북한이 체제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고 자부할 때라 공세적인 통일방안이 제시됐다“면서 “시대가 달라지면서 북한이 새로운 방안을 만들 여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통 큰 제안’ 없이 공만 떠넘긴 대화 제스처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원론적 수준의 대화 공세를 폈다. 김 위원장은 현 남북관계를 “사상 최악의 대결”, “파국 상태”라고 진단한 뒤 대화와 협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각이한 급이 대화와 협상을 적극 발전시켜 조국통일과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출로’를 함께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선 군사당국 회담의 필요성과 함께 심리전 방송, 전단 살포 등 대북 심리전 중단을 제안했다.
그러나 대화 테이블에 오르기까지 전제조건을 많이 제시했다는 점에서,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체제 붕괴를 추구하고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남조선 당국의 동족적대시 정책 때문이다”며 남북관계 후퇴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겼다. 또한 국가보안법과 5ㆍ24 조치 등을 겨냥해 북남화해 단합에 저촉되는 각종 법률 제도적 장치들을 없애야 한다며, 우리의 대북정책 전환도 주장했다.
정부 당국자는 “그간 북한이 늘어놓은 조건을 걸어, 우리에게 숙제를 해오라며 공을 떠넘긴 것”이라며 “서울해방작전 등을 언급하다가 대화 협상을 얘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남북관계를 전략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메시지가 없다“면서 “대남 전략통으로, 지난해 12월 사망한 김양건의 부재가 커 보인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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