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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100년, BMW의 질주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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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100년, BMW의 질주는 계속된다

입력
2016.05.0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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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정권 시절인 1940년대 독일의 BMW 공장에서 강제노역이 이뤄지고 있다. BMW그룹 제공
나치 정권 시절인 1940년대 독일의 BMW 공장에서 강제노역이 이뤄지고 있다. BMW그룹 제공

지난달 27일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시내의 BMW 박물관에서는 BMW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박물관의 나선형 통로를 따라 전시된 차량과 자료에 대해 설명하던 전시회 큐레이터 안드레아스 브라운 박사는 한 장의 흑백 사진을 가리켰다. 1940년대 항공기 엔진을 조립하는 BMW 공장 모습이었다. 브라운 박사는 “Z가 새겨진 작업복은 나치 정권 시절 강제노역에 동원된 근로자들이 입었던 것”이라며 “이런 과거도 우리 역사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안드레아스 브라운 박사가 지난달 27일 독일 뮌헨 BMW 박물관에서 BMW 공장의 과거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드레아스 브라운 박사가 지난달 27일 독일 뮌헨 BMW 박물관에서 BMW 공장의 과거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뮌헨의 ‘심장’ BMW 벨트(Welt)

베를린, 함부르크와 함께 독일 3대 도시로 꼽히는 뮌헨에는 세계적인 명차 BMW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커다란 그릇 형태의 BMW 박물관은 자동차 4기통 엔진을 형상화한 본사 건물 옆에 붙어 있다. 바로 뒤엔 1922년 가동을 시작한 BMW 뮌헨공장, 맞은편엔 2007년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BMW 벨트’가 있다.

본사 사무실과 공장, 박물관과 문화공간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 이 지역은 1960년대까지 제조업 공장 외엔 볼거리가 드물었던 뮌헨의 랜드마크가 됐다. 매년 200만명 이상이 이 곳을 찾고, BMW 창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는 방문객이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뚝 선 BMW 본사 건물(오른쪽)과 박물관, 태양광 발전 모듈로 덮인 BMW 벨트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본사 뒤는 뮌헨 공장이다. BMW그룹 제공
우뚝 선 BMW 본사 건물(오른쪽)과 박물관, 태양광 발전 모듈로 덮인 BMW 벨트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본사 뒤는 뮌헨 공장이다. BMW그룹 제공

방문객 중 독일인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유럽과 미국, 아시아인들이다. 이날도 각국 관광객들이 BMW의 100년 역사를 체험하기 위해 관광버스를 타고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3,600개의 태양광 발전 모듈로 지붕을 덮은 BMW 벨트는 건축양식 만큼이나 독특한 공간이다. BMW의 기술과 최신 차량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식당과 콘서트장까지 갖췄다. 한쪽에선 차량 출고도 이뤄진다. 박물관이 BMW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BMW 벨트는 현재의 자동차와 교감하는 거대한 소통의 광장이었다.

마치 결혼식을 하듯 하루 평균 80~120명의 고객들이 BMW 자동차와의 첫 만남을 위해 이곳으로 달려왔다. 독일 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 심지어 미국에서 차를 받으러 온 고객도 있다.

BMW 벨트 2층에서 마지막 점검을 마친 자동차를 넘겨받은 고객들은 나선형 통로를 따라 1층으로 내려와 첫 주행을 시작한다. BMW 벨트의 안내원인 요하네스 노드는 “미국인들은 빨간색 임시번호판을 부착한 신차를 받아 유럽여행을 한 뒤 선박에 차를 실어 본국으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독일 뮌헨 BMW 벨트 2층 출고장에서 자신의 새 차를 받은 고객들이 첫 주행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독일 뮌헨 BMW 벨트 2층 출고장에서 자신의 새 차를 받은 고객들이 첫 주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도심의 자동차 관광단지가 국내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조성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다. GBC가 벤치마킹한 것이 바로 뮌헨 BMW 본사 일대다.

작은 차이가 쌓아 올린 100년

BMW 로고는 프로펠러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3월 항공기 엔진 제조사로 시작한 BMW의 과거를 상징한다. 독일 패전 뒤 회사명이 ‘바이에른 엔진 제작소(Bayerische Motoren Werke)’로 바뀌었고, 각 단어의 첫 글자를 딴 게 BMW다.

뮌헨 공장은 BMW 자동차 역사의 산 증인이다. 항공기 엔진 제작사에서 자동차 업체로 전환한 BMW가 1929년 내놓은 첫 번째 차 ‘딕시’가 이 곳에서 탄생했다. 현재 4개 대륙 15개 국가에서 30개의 BMW 공장이 돌아가고 있지만, 뮌헨 공장은 완성차와 차 엔진까지 동시에 생산하는 유일한 공장이다.

BMW 뮌헨 공장에서 한 여성 근로자가 자동차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BMW그룹 제공
BMW 뮌헨 공장에서 한 여성 근로자가 자동차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BMW그룹 제공

다만 실제 규모는 생각보다 초라했다. 부지 면적은 50만㎡로 현대차 울산공장(505만㎡)의 10분의 1 규모다. 도심에 위치한 공장이어서 확장이 어려운 탓에 효율성을 위한 혁신은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뮌헨 공장은 1층 평면 구조인 다른 자동차 공장과 달리 최대 5층까지 위로 쌓아가며 로봇을 활용하는 자동화 방식으로 진화했다. 차체 조립의 경우 위에서 8대, 아래에서 4대의 로봇이 동시에 달려들어 진행한다. 다른 공장에서의 3개 공정을 한번에 해치우는 식이다.

뮌헨 공장은 주문을 받으면 생산을 시작해 6~8주 뒤 고객에게 인도한다. 예측생산이나 과잉생산이란 개념은 애초부터 없고, 계약 뒤 옵션 변동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BMW 뮌헨 공장에서는 좁은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번에 12대의 로봇을 투입해 차체를 조립한다. BMW그룹 제공
BMW 뮌헨 공장에서는 좁은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번에 12대의 로봇을 투입해 차체를 조립한다. BMW그룹 제공

작업을 위해 근로자가 허리를 굽히거나 바닥에 엎드려야 하는 일은 없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생산 라인은 근로자가 편한 자세로 작업할 수 있도록 큰 차체를 40도, 60도, 120도로 회전시킨다. 여성 근로자가 일하는 곳에는 차가운 콘크리트 대신 마루 바닥이 깔려 있다. 공장 직원 무리엘 아이히베르거는 “근로자들은 하루 9시간씩 주 4일 근무를 한다”며 “노조 힘이 센 영향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직원의 건강과 환경 보전을 위한 작업 환경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BMW는 지난해 폴크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을 밝혀낸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조사에서도 배출가스 기준치를 넘기지 않았다. 최근 독일 정부가 저온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디젤차들에 대해 내린 대규모 리콜 조치에서도 제외됐다. 독일 언론들은 BMW가 저온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작동하면서도 엔진을 보호하는 기술을 갖춘 것으로 분석했다. 아직 ‘디젤 게이트’가 종료되지는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기본에 충실한 기술력을 입증한 셈이다. BMW그룹 코리아 관계자는 “10여 년간 연료 효율성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최대한 줄이는 전략에 집중한 결과 기술력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뮌헨=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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