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공직 사회 골프 금지령 풀렸지만… 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아리송’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공직 사회 골프 금지령 풀렸지만… 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아리송’

입력
2016.05.09 04:40
0 0

52개 정부기관 중 35곳에서 “직무 관련자와 금지” 명문화

“직무관련자와 금지” 규정 해석 애매모호

대통령이 치라고 했더라도 “나중에 문제 될라” 신중한 반응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그간 금기시 됐던 공직자들의 골프 활동에 사실상의 ‘해금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공직 사회 반응은 미지근하다. 대통령의 해금령과 무관하게 이미 상당수 부처에서 자체 규정(훈령)으로 골프를 엄격하게 금지하는데다, 완화된 규정을 가진 일부 부처에서도 규정이 제각각이라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원칙적 금지… 각론은 부처마다 제각각

8일 한국일보가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통해 52개 중앙부처ㆍ위원회ㆍ외청의 공무원복무강령(훈령) 등을 조사해본 결과, 공무원들의 골프 금지와 관련해 각 기관마다 서로 다른 수위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2개 정부기관 중 법무부 1곳을 제외하고 51개 기관이 골프를 향응으로 접대받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중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국무총리비서실 금융위원회 등 16개 기관은 ‘향응 금지’ 규정만 두고 있는 반면, 나머지 35개 기관은 향응 금지 규정과 함께 ‘직무관련자와 골프를 쳐서는 안 된다’는 규정까지 명문화하고 있다. 만약 부득이한 상황에서 골프를 쳐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사전 혹은 사후에 반드시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4급 이상 공무원에게는 이 같은 예외조항(사전ㆍ사후 신고하면 가능)마저 두지 않고 있어, 사실상 골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한 경찰청은 직무관련자와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가와 무관하게 골프를 치지 못하도록 적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아예 내부 직원끼리도 원칙적으로 골프를 치지 못하게 금지하면서, 직원끼리 치려면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는 강력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처럼 포괄적으로 골프를 금지하는 기관에는 사정 기관이나 민원이 많은 부처들이 주로 포함되어 있다.

물론 직무관련자와 함께 하는 게 아니면 얼마든지 골프를 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일선 공무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직무관련자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징계의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의 경우 자신이 맡고 있는 사건과 관련된 인사를 직무관련자로 꼽아볼 수 있지만, 누구든 향후 직무관련자로 분류될 수 있어 섣불리 동반 골프를 하기 어렵다. 국세청 역시 넓게 보면 법인세를 내고 있는 업체 사장 등은 모두 직무관련자로 볼 여지가 있다. 일부 기관의 경우 친족이나 동창 모임 등을 예외로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반드시 신고하도록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워낙 내부 분위기가 골프를 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잡혀 있는데다가, 엄격히 금지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 말과 무관하게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하거동 남여주 골프클럽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과 골프 회동을 하며 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하거동 남여주 골프클럽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과 골프 회동을 하며 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지령 풀려도 반응은 ‘미지근’

기재부 통일부 행자부 외교부 등 민원이 비교적 드문 부처들은 향응 골프만 금지할 뿐 골프를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따로 없지만, 골프를 치겠다는 분위기가 아닌 것은 매한가지다. 이들 기관에 속하는 한 중앙부처 간부는 “내 돈을 내고 골프를 쳤다고 해서 나중에 그 자리에 문제가 생길 경우 면피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골프 치라고 했다고 너도나도 골프 치러 몰려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민원이 많은 부처인 복지부에는 직무관련자와의 골프 금지 조항이 없는 반면, 민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상청의 경우 직무관련자와의 골프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사적으로 골프를 치더라도 골프장 사용등록부에 실명을 기재하도록 하는 등 규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각 부처에서는 대통령 골프 해금 발언이 나온 시점에서 이들 골프 관련 조항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한 부처의 감찰 담당 간부는 “각 부처ㆍ기관별로 다른 금지 조항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동일하게 통일하는 것부터 우선돼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