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대물림과 사상 통제 강조
“당 조직, 민심 살펴라” 당근도

“주체사상과 선군정치에서, ‘김일성ㆍ김정일주의.”
‘김정은 대관식’으로 여겨진 제7차 당대회의 백미인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정치 사상분야사업총화 보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아이러니하게도 ‘김일성ㆍ김정일주의’였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약 50번 정도 이를 언급했다. ‘김정은 브랜드’로 내세울 업적이 딱히 없는 만큼, 선대의 성과에 기대 절대복종을 강조하고, 이를 계승한 자신의 권력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정치 사상과 관련해 “사회주의 위업을 완성하고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온 사회를 김일성ㆍ김정일주의화하고, 모든 성원들을 참다운 김일성ㆍ김정일주의자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상적 비전 제시 없이 노동당 규약에 포함된 당 최고강령인 ‘김일성ㆍ김정일주의’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또 ‘김일성ㆍ김정일에 대한 충성이 곧 김정은에 대한 충성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식의 유일관리제 원칙을 강조, 충성의 대물림을 독려했다. 그는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절대불변의 신념으로 간직하고 김일성ㆍ김정일주의를 뼈 속 깊이 체득하자”고 목소리를 높인 뒤 “중핵적인 문제는 단결의 중심, 영도의 중심인 당 중앙의 권위를 절대화하고 견결히 옹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자신이 단결의 중심, 영도의 중심이라고 빗대 표현한 것이다. 이를 지켜내지 못하는 이들에겐 가차없는 징벌을 가할 것이라며 ‘공포정치’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위대한 수령님들과 당의 권위를 훼손시키거나 그에 도전하는 자그마한 요소도 절대로 묵과하지 말고, 당과 수령에 대한 온갖 원수들의 공격과 비난을 철저히 짓부숴 버려야 한다”고 했다. 특히 “사회주의 사상과 제도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키려는 적들의 온갖 책동을 제때에 적발분쇄 시켜야 한다”고 말해, 엄격한 사상통제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제국주의사상문화는 사람들의 건전한 정신을 마비시키고 사회주의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독소”라며 사회주의 문화와 생활양식 고수도 강조했다. 그는 “제국주의자들의 집요하고 악랄한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을 혁명적인 사상문화공세로 짓부시며 우리 내부 이색적인 사상문화와 변태적인 생활양식이 절대로 침습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자신은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했음에도, 주민들이 서구 문화와 접촉하는 것은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 주민들 사이에 유행하는 남한 드라마, 영화 시청 등을 체제 위협으로 간주하고 단속에 나설 뜻을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1990년대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고난의 행군’ 시기도 언급하며 고삐를 죄었다.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를 당의 ‘주적’이라고 표현했고, 이를 완전히 없애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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