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5월 9일
텐징 노르가이(Tenzing Norgay)는 에드먼드 힐러리(1917~2008)와 함께 1953년 5월 29일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네팔인 셰르파족 산악인이다. 그는 20세기 유럽 등반가들의 짐꾼 겸 등반 안내인으로 살던 윗대처럼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했지만, 적어도 마음으로는 그들과 나란히 섰거나 앞섰던 최초의 셰르파였다.
미국의 논픽션 작가 조너선 닐의 <셰르파, 히말라야의 전설>(서영철 옮김, 지호)에는 노르가이의 친척이자 친구ㆍ동료인 나왕 곰부라는 이가 ‘어떻게 텐징이 가장 높은 봉우리 정상에 오른 첫 셰르파가 되었는지’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누구는 텐징이 가난하게 자라 살든 죽든 신경을 쓰지 않았던 덕이라고 했고 누구는 그의 야망이 동기였다고도 했지만, 곰부는 진짜 이유는 한 스위스 산악인(레이몽 랑베르)과 친구가 된 덕이었다고 했다.
텐징은 격식과 체면을 중시하고 통치자로서의 인성이 몸에 밴 영국 귀족 등반가들과 달리 말도 통하지 않던 그에게서 우정과 친구로서의 정중함을 경험했다고 한다. 텐징이 느끼기에 그는 고용주가 아니라 동반자였고, 동등한 인간이었다. 곰부는 “당신이 새로운 종류의 사람과 일하고 그들과 친구가 될 때, 그것은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생각을 바꾼다”고, “그것이 텐징에게 일어난 변화였다”고 말했다.
53년 영국 원정대가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식 선물로 첫 정상정복의 기회를 영국인에게 부여하고자 했던 일, 영국 신민이던 뉴질랜드 목부(牧夫) 출신의 힐러리와 텐징이 나누는 우정, 힐러리가 텐징을 포터가 아닌 2진 정상정복조 파트너로 선택하는 과정 등을 닐은 담담히 기술했다. 당시 텐징은 39세. 그로선 마지막 기회였다. 도전에 앞서 텐징은 곰부에게 “이번에 정상해 오르거나 오르다가 죽게 될 것”이라고 속내를 전했다고 한다.
둘 가운데 누가 먼저 정상에 섰는지는 아직도 논란거리다. 닐은 “텐징과 힐러리는 그러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기로 뜻을 같이 했다. 그들은 그런 것은 아무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들이 함께 그 일을 이룩했다.” 영국 여왕은 힐러리에게만 기사 작위를 내렸지만, 닐은 텐징의 성취가 더 위대했다고, “그가 극복해야 했던 인종과 계층, 영양이라는 장벽은 엄청난 것이었다”고 썼다. 텐징 노르가이는 1914년 태어나 1986년 5월 9일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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