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 승리 이후 미 공화당의 내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주류 인사 중 일부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고 있지만, 상당수는 제3의 후보를 출마시키는 초강수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막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CNN은 7일(현지시간) 공화당 주류 지도자들이 다수 참가한 ‘트럼프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이라는 단체가 트럼프 대체 후보 모색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공화당의 본질과 정신뿐만 아니라 미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에 맞서 싸울 대체 후보를 찾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에릭 에릭슨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자문위원이었던 빌 위처만 등이 참여한 이 단체는 그러나 제3당 혹은 무소속 후보를 내세우는 방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반면 일부 유력인사들은 대통령 후보로서 당분간 공화당을 지배하게 될 트럼프 진영에 백기투항하고 있다. 지난해 경선 출마에 나섰다가 조기 하차하면서 ‘트럼프는 보수 진영의 암 덩어리’라고 험담했던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라를 사랑한다는 걸 확실히 믿는다”며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특히 “부통령 후보 요청이 오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혀, 변심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하게 했다. 보비 진달 전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위험스러운 인물’, ‘자아도취자’로 비난했던 과거의 비난 발언을 접고 “행복하진 않지만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과거 비판자들의 전향과 관련, “참혹한 말을 했던 이들이 지난 며칠 전화를 걸어와 ‘과거에 했던 말은 어떻게든 처리할 테니, 같이 일하자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12일로 예정된 공화당 주류세력을 대표하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트럼프의 만남에 미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언론들은 “의회 주도권을 지키려는 사실상 공화당 1인자와 대선주자의 회동에서 어떤 담판이 이뤄질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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