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7차 노동당대회 선전을 위해 외신기자들을 대거 초청해 놓고도 정작 연일 당대회장 출입을 막는 등 보도를 통제했지만 기자들은 휴대폰 생중계 등 각종 기지를 발휘해 평양 곳곳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소속 애나 파이필드 기자는 6일 트위터 생중계 플랫폼 ‘페리스코프’를 이용해 대회장 주변 모습을 휴대폰으로 실시간 중계, 눈길을 끌었다. 파이필드는 북한 주민들과 길거리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아느냐’ ‘힐러리 클린턴을 아느냐’ 등 미국 대선 관련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주민들은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대체로 모른다고 답하면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해선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내”라며 올해 대선 주자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또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한 평양시민은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으로 대하고 있다”며 “적대적이지 않은 인물이 당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두 차례에 걸쳐 27분 23초간 진행된 휴대폰 생방송 화면에는 망치와 낫 모양의 북한 노동당 깃발과 ‘일심단결’ 선전 구호, 새로 지어진 고층 빌딩, 택시가 오가는 풍경 등이 담겼다. 북한은 트위터 접속을 차단하고 있지만, 파이필드는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해 생중계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기자들은 평양 거리에 중국산 전동 자전거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을 지적하면서 새롭게 바뀐 평양의 분위기를 전했다. 제임스 피어슨 로이터통신 기자는 “2년 전과 달리 인기 있는 교통 수단(전동 자전거)이 등장했다”고 더욱 활기차진 평양 거리에 대해 보도했다.
AFP 통신은 산부인과 병원인 평양산원 견학기와 산모 인터뷰를 전하면서 “북한 당국은 인민에 대한 지도자의 사랑을 강조하기 위해 화려한 현대식 병원으로 우리를 안내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모습이 북한의 일반적인 의료 시설을 대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제 앰네스티 보고서에서 드러난 북한의 열악한 의료상황을 언급했다.
기자들은 특히 대회 사흘째인 8일에도 북한 당국이 정해 놓은 홍보 장소들만 견학하도록 이끌자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줄리 매키넌 로스엔젤레스타임스(LAT) 베이징 주재 기자는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와 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 빗대 비판했다. 매키넌은 “엄격히 통제된 취재 일정이 계속되다 보니 부조리함과 정신이상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이 상황이 어쩌면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더 흡사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고분고분한 인간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환자들에게 계속해서 정신병 진단을 내리는 소설에 비유한 것이다. 미국 CNN 방송도 “행사를 둘러싼 비밀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고 일본 교도 통신은 “120여명의 보도진이 농락당했다”고 비판했다.
기자들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노점에서 간식을 사 먹고 택시 기사와 인터뷰한 사실을 들며 “북한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자유”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LAT는 “보통 택시 기사를 인터뷰하는 것은 게으른 취재의 증거가 되지만 평양에서는 언론 자유를 확인하는 작은 충격이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또 외신기자들에게 ‘취재용 완장’을 30유로(약 4만원)를 받고 배포했다. 특히 완장을 분실하거나 훼손할 경우 벌금 50유로를 내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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