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2000字 결산보고 전체 낭독
김정은, 원고에 시선 고정하고 빠르게 읽어
노동신문 24개면 특대호 발행
사업총화 보고에 9개면 할애, 충성 경쟁 보도
조선중앙TV 수시로 ‘중대 발표’

북한이 36년 만에 열린 제7차 노동당대회를 ‘김정은의 시대’를 선포하는 자리로 만들기 위해 신문ㆍ방송을 동원,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 6~8개면을 발간하던 노동신문은 특대호를 냈고, 조선중앙TV는 3시간에 달하는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 전체를 녹화 중계했다.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평소보다 3,4배 많은 24면으로 발행, 당 대회 내용으로 도배했다. 앞서 김일성 주석이 주도한 6차 당 대회 개막 다음 날 낸 1980년 10월 11일자 18개 면보다도 많다. 특히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사업총화(평가) 보고를 7만2,000여자 분량으로 9개 면에 걸쳐 게재했다.
김 위원장의 보고는 5개 주제인 ▦주체사상, 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 ▦사회주의 위업의 완성을 위하여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하여 ▦세계의 자주화를 위하여 ▦당의 강화발전을 위하여로 나눠 실었다.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날인 7일 열린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 토론장 역시 충성경쟁장이나 다름 없었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김정은 동지의 역사적인 보고를 전폭적으로 지지찬동한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고, 김 위원장이 제시한 과업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는 다짐으로 말을 마쳤다.
조선중앙TV도 이날 오후 ‘특별중대방송’을 4차례에 걸쳐 예고한 뒤, 오후 3시 30분(평양시간 3시)부터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를 녹화 중계한 방송을 내보냈다. 3시간 3분에 걸쳐 방송된 영상에서 김 위원장은 양복에 뿔 테 안경, 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행사장 연단에 서서 준비된 원고를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김 위원장은 노동신문에 실린 7만 2,000여자 분량의 결산보고 전체를 낭독했다. 6시간이나 걸렸던 김일성 주석에 비해 시간은 절반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청중을 응시할 여유가 없는 듯 대부분 원고에만 시선을 뒀다. 시간이 갈수록 몸이 좌우로 자주 흔들렸고 목소리도 갈라졌다. 김 위원장의 보고를 듣는 내내 대회 참가자들은 수십 차례 걸쳐 박수를 치고, 내용을 받아 적었다. 발표가 끝나자 12번에 걸쳐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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