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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 경고 그림 후퇴… 역풍 맞는 규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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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 경고 그림 후퇴… 역풍 맞는 규개위

입력
2016.05.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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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ㆍ의료계 등 “효과 훼손 결정”

잘 보이는 곳 배치 추세와도 역행

담배회사 사외이사 위원 참여 논란

비판 높아져 13일 재심에 관심 집중

담뱃갑 경고그림 시안. 담뱃갑이 진열대에 놓여있을 때 가장 잘 보일 수 있도록 담뱃갑 상단에 경고그림이 부착돼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담뱃갑 경고그림 시안. 담뱃갑이 진열대에 놓여있을 때 가장 잘 보일 수 있도록 담뱃갑 상단에 경고그림이 부착돼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최근 대통령 직속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담뱃갑 경고그림 상단배치 철회를 권고하면서 학계ㆍ의료계ㆍ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담배회사 사외이사를 역임했던 민간위원이 이 결정에 관여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전문가들이 국민의 건강보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우선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규개위는 지난달 22일 규제심사 회의를 열고 담뱃갑 경고그림의 표시 방법 등을 규정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 중 경고그림의 담뱃갑 상단 표시 조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 권고안에 불복해 재심의를 요청, 13일 회의에서 다시 이 안건이 논의된다.

해당 조항은 담배 회사들이 가장 강력하게 반발해 온 것으로, 삭제될 경우 담배 담배 제조ㆍ수입 회사들은 자율적으로 경고그림 위치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에 학계와 의료계 시민단체는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대한금연학회는 “담배사용장애(니코틴 의존)는 세계적으로 매년 600만명,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6만여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라며 “그럼에도 규개위가 경고그림의 효과를 훼손하는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가정의학회,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보건의료계도 “경고그림을 담뱃갑 하단에 배치하면 진열장 및 가격표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돼 경고그림 효과를 떨어뜨린다”며 잇따라 비판성명을 냈다.

경고그림 하단 배치는 해외 추세에도 역행한다. 우리 정부가 2005년 비준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경고그림과 문구를 잘 보이는 상단에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경고그림 도입 101개국 중 71개국이 상단에 두고 있으며, 하단에 뒀던 국가들도 상단으로 옮기는 추세다. 5월부터 경고그림을 도입한 유럽연합(EU) 역시 각국이 경고그림ㆍ문구를 상단에 넣는 것을 법제화하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담뱃갑 경고그림의 크기가 전체 담배 포장 면적의 30%밖에 안 돼 하단에 둘 경우 그림이 아예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규개위 민간위원들의 이력도 논란이다. 회의에 참석한 민간위원 12명 중 한 명인 손원익 안진회계법인 R&D센터 원장은 2012~2013년 KT&G 사외이사를 지냈고, 지난해에는 KT&G 사장직 공모에도 지원했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서동원 규개위 민간위원장은 건강보험공단과 담배소송 중인 필립모리스코리아를 대리하는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민간위원들은 “주류가 담배보다 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은데 담배만 강력히 규제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경고그림이)담배 판매업소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에게 심한 혐오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등 담배회사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이런 반발 때문에 13일 열리는 재심의에서는 철회 결정이 번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전문가와 기업의 연결고리가 드러나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만큼 규개위 민간위원들도 국민건강보다 담배회사 이윤을 중시하는 발언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규개위의 권고는 강제력을 가지기 때문에 재심의에서도 상단 부착 조항 삭제 권고가 나오면 올해 12월23일부터 담뱃갑에 부착되는 경고그림의 위치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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