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학상의 심사과정은 수상자를 결정하기 위해 후보에 오른 사람, 혹은 작품을 이리저리 비교하면서 장단점을 따지는 과정이다. 특히 비평문학상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것은 수상의 근거가 되는 비평 행위가 시나 소설과는 달리 논리적 진술로 이루어져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비평상의 심사 과정은 후보로 거론되는 비평문에 대해 한편으로는 논리의 견고함을 칭찬하는 즐거운 과정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논리의 엉성함을 들춰내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비평문학상의 심사 과정은 작품이 주는 감동의 방식과 의미를 따지는 여타 문학상의 심사 과정보다 훨씬 더 논쟁적 열기를 띠게 마련이다.
제27회 팔봉비평문학상의 1차 심의를 통과한 비평집은 모두 4권이었다. 팔봉비평문학상의 심사 규정과, 26회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심사 관례와, 김주연(위원장), 김인환, 오생근, 정과리 네 분의 심사위원이 지닌 안목을 적용하여 지난 1년 동안에 출간된 51권의 평론집을 검토한 결과 서영인의 ‘문학의 불안’(실천문학사), 오길영의 ‘힘의 포획’(산지니), 이혜원의 ‘지상의 천사’(천년의시작), 최현식의 ‘감응의 시학’(케포이북스)이 4월 20일에 열린 1차 심의를 통과했다.
4월 28일에 열린 2차 회의는 김주연 위원장 주재 하에 차례대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때 심사위원들이 토로한 주요한 발언들은 “대상 작품이 격이 너무 떨어진다”, “문장이 명료하지 못해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논의의 준거로 삼는 외국의 이론이 지나치게 다양하고 이론들 사이의 편차가 심하다”, “지나칠 정도로 교과서적인 비평이어서 읽는 재미가 없다”, “편향된 시각에 고착되어 있어서 가치판단에 문제가 있다” 등이었다. 이렇게 심사위원들은 한 권의 평론집을 선정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배제의 원리가 개입된 발언을 해나가면서 서영인과 이혜원 두 권의 평론집으로 후보를 좁힌 후 잠시 휴지기를 가졌다.
그리고 속개된 회의에서 심사위원장이 “결함이 적은 쪽을 선택합시다”라고 말하는 순간 심사위원들은 모두 고통스러운 굴레를 벗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모두 수상자가 이혜원으로 결정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홍정선 팔봉비평문학상 운영위 간사ㆍ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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