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불망 기다렸던 외국인 투수 로저스(31ㆍ한화)가 돌아와도 달라진 건 없었다. 한화가 5연패에 빠지며 시즌 22패(8승)째를 당했다.
한화는 8일 수원 kt전에서 이날 1군에 등록한 로저스를 선발로 내세웠다. 로저스는 지난해 시즌 중반 한화 유니폼을 입고 10경기에 나와 6승2패에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한 에이스다. 하지만 올해 스프링캠프 막바지 팔꿈치 통증을 느껴 1군 합류가 늦어졌다. 그 사이 마운드 난조로 최하위로 떨어진 한화는 로저스의 복귀만 손꼽아 기다렸다.
기대는 어긋났다. 돌아온 로저스는 지난해만큼 위력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1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로저스는 4-0으로 앞선 2회말 kt 선두타자 김상현(36)에게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허용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로저스는 시즌 첫 등판에 너무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세트 포지션에서 멈춤 동작 없이 투구하다 보크를 범해 2회 2사 2루 위기를 자처한 뒤 김종민(30)에게 적시타를 맞아 또 한 점을 내줬다. 계속된 2사 1루에서는 타자 김연훈(32)에게 타격 자세를 취할 시간을 주지 않고 투구를 해 또 다시 보크 판정을 받았다.
이닝이 거듭될수록 로저스의 공은 kt 타자들의 배트에 맞아나갔다. 3회 2사 1ㆍ3루에서는 박경수(32)에게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고, 5회 2사 1ㆍ3루에서도 박경수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4-4 동점을 허용했다. 4점차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 로저스는 6회 1사 후 박기혁(35)에게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맞은 뒤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하지만 박기혁이 김연훈의 땅볼 때 홈을 밟으면서 한화는 역전을 당했고, 로저스의 실점은 5로 늘었다.
로저스는 5⅓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고 9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5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직구 최고 시속 153km를 찍고 슬라이더 최고 시속도 145km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처럼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2회 4득점을 한 이후 추가점을 뽑지 못한 한화는 4-7로 역전패했다.
총체적 난국이다.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한화는 지난 5일 김성근(74) 한화 감독이 요추 3,4번 추간판탈출증으로 수술을 받고 자리를 비우고 있다. 김광수(57) 수석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지만, 더그아웃 전체에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 올리기도 쉽지 않다.
부상자도 또 발생했다. 이날 로저스와 왼 종아리 부분 파열로 지난달 13일 말소됐던 포수 조인성(41)이 1군에 복귀했지만 주전 외야수 최진행(31)은 1군에서 말소됐다. 최진행은 전날 kt전에서 파울 타구를 잡으려다 외야 펜스에 부딪혀 구급차에 실려 나갔다. 꼴찌 탈출을 위해 올인을 하고 싶어도, 완전체를 이루는 것조차 쉽지 않은 한화의 한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반면 시즌 첫 3연전 싹쓸이에 성공한 kt는 15승16패로 5할 승률을 눈앞에 뒀다.
창원에서는 NC가 LG를 11-5로 꺾고 구단 최다 타이인 8연승을 질주했다. 선두 두산은 잠실에서 롯데에 11-17로 패해 시즌 첫 4연패를 당했다. 대구에서는 삼성이 6-7로 뒤진 연장 11회말 이지영(30)의 동점 2루타와 구자욱(23)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8-7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수원=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