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처음 받은 카네이션을 캐디백에 달았는데 행운을 불러온 것 같습니다.”
‘아빠 골퍼’ 박상현(33ㆍ동아제약)이 제35회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대회에서 이수민(23ㆍCJ오쇼핑)의 추격을 뿌리치고 연장 접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박상현은 8일 경기 성남시 남서울CC(파72ㆍ6,947야드)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에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이수민과 동타를 이뤘다. 박상현은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두차례 연장전 끝에 이수민을 따돌리고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통산 5승과 함께 상금 2억원을 받았다.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에서 활약 중인 박상현은 2014년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약 1년7개월만에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이수민은 지난달 25일 유럽프로골프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한 뒤 13일 만에 다시 정상에 도전했지만 우승 문턱에서 돌아섰다.
이날 박상현을 우승으로 이끈 행운의 마스코트는 ‘색종이 카네이션’이었다. 박상현은 아들 시원(3)군이 어버이날을 맞아 처음 만들어준 카네이션을 캐디백에 달고 마지막 날 경기를 벌였다. 박상현은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처음 만들어온 카네이션을 캐디백에 달았는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떨어지지 않고 잘 버텨줬다”며 “캐디가 ‘카네이션이 떨어지면 우리도 떨어진다’면서 소중히 다뤘는데 행운을 불러온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박상현은 챔피언조 앞에서 18홀 내내 기복 없는 플레이로 타수를 줄여나갔다. 4년 전부터 남서울CC를 ‘홈 코스’로 사용하고 있는 덕을 톡톡히 봤다.
2번홀(파4) 보기로 시작한 박상현은 마음을 다잡고 전반에만 버디 4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였다. 후반은 완벽했다. 파 행진을 벌이다 16, 1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만들어내며 우승권에 들어섰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는 승부를 연장으로 이끄는 2m의 파 퍼트를 홀에 떨궜다.
이수민은 줄곧 선두를 달려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18번홀(파4)에서 티샷을 오른쪽 숲속으로 날려 보내 위기를 맞았다. 세 번째 샷만에 볼을 그린 위에 올렸지만 3m 거리의 파퍼트를 넣지 못해 연장전으로 끌려 들어갔다.
연장 1차전에서 파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선수는 다시 18번홀에서 2차전을 치렀다. 박상현은 두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렸지만 홀까지 10m를 남겨 뒀다. 이수민은 두 번째 샷을 오른쪽 러프로 보냈고, 어프로치 샷마저 짧아 홀까지 4m의 파 퍼트를 남겼다. 박상현은 버디 퍼트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홀 20㎝에 붙였다. 이수민의 파퍼트가 빗나간 뒤 박상현은 가볍게 파퍼트를 성공, 아내와 그린에서 뜨거운 포옹을 했다.
박상현은 일본 대회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네 차례 연장전을 치른 끝에 처음 이겼다. 박상현이 우승하는 순간을 그의 부모님도 지켜봤다. 박상현은 “평소에 부모님이 대회장에 잘 오시지 않는데 어버이날에 우승까지 차지해 더욱 뜻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들에게 카네이션을 받았지만 정작 부모님에게는 카네이션을 달아주지 못했다는 박상현은 “저는 불효자”라고 웃음을 지으며 “우승도 했으니 인센티브로 용돈을 더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이창우(23ㆍCJ오쇼핑)도 챔피언조에서 이수민과 경쟁하며 한때 단독 선두로 나서기도 했지만 17번홀과 18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적어내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창우는 7언더파 281타로 김경태(30ㆍ신한금융그룹)와 공동 3위에 올랐다.
성남=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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