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탁송기사로 일하다 숨진 A씨의 부인이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노동력은 제공하지만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는 현대자동차그룹 물류계열사인 글로비스에서 신차 탁송을 하청 받은 B사에서 일했다. 기아자동차가 생산한 차량을 직접 운전해 대리점이나 고객에 인도하고 차량인수증을 받은 뒤 대중교통으로 복귀하는 게 주된 업무였다. 그러던 중 A씨는 2012년 2월 1톤 화물차를 몰고 광주에서 강원도로 탁송 업무를 하다가 충북 증평군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A씨 부인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사고가 났으니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라”고 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가 독립된 지위에서 탁송을 위탁 받을 수 없었으므로 산재보험과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라고 판단했다. B사가 탁송기사들에게 근무복을 지급하고 매달 1회 이상 고객서비스 교육도 실시했다는 점도 참작했다. 하지만 2심은 “A씨가 B사의 취업규칙과 복무규정을 적용 받지 않았고 탁송료도 고정된 기본급은 아니므로 종속적 관계에서 일한 게 아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으며,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B사는 A씨를 비롯한 탁송기사들을 직원으로 고용하지 않았고 위탁계약을 맺는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므로 근로복지공단이 내린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형태 근로자들의 열악한 처지가 재차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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