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이 아재(아저씨)에 빠져버렸다. 아재개그에 이어 이번엔 아재로맨스다. 띠동갑을 넘는 것은 기본, 20세 나이차는 문제도 아니다. '아재파탈'(아재+옴므파탈)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가 좋아, 드라마 흥행공식으로 떠올랐다. 아재들은 듬직하고 신중하고 어디서든 나를 지켜줄 것 같은 매력으로 시청률까지 꽉 잡았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주말극 '결혼계약'에서 이서진(45)과 유이(28)는 열일곱 살 나이차가 무색한 로맨스를 선보였다. 재벌2세와 뇌종양에 걸린 싱글맘의 통속적인 사랑인데도 이서진과 유이가 만나 빤하지 않은 드라마가 됐다. 자체최고 시청률 22.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는 등 동 시간 1위로 사랑받았다.
SBS 수목극 '딴따라'의 지성(39)과 걸스데이 혜리(22)도 열일곱 살 나이차 커플이다. 극중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밴드 딴따라를 지킨다. 초반엔 티격태격하는 모습이었는데 최근 들어 러브라인 급물살을 타면서 설렘지수를 높이고 있다. 지성은 혜리의 머리를 쓰다듬는 등 사소한 스킨십으로 심쿵 로맨스를 형성했다. 본격적인 로맨스에 시청률도 상승궤도를 탔다. 4월20일 첫 방송 당시 6.2%를 기록했는데 이후 계속 오르다, 지난 6회 방송 시청률은 8.7%를 보였다.
고수(38)는 16세 나이차의 진세연(22)과 호흡을 맞춘다. MBC 주말극 '옥중화'에서 각각 문정왕후의 동생이자 권세가 윤원형의 서자 윤태원 역, 감옥에서 나고 자란 천재소녀 옥녀 역을 맡았다. 초반 아역 분량으로 고수와 진세연의 로맨스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는 상황이지만, 화려한 무술 실력을 바탕으로 이색 로맨스가 기대된다. 첫 방송 이후 두 자리 시청률로 동 시간대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둘의 나이차 무색한 호흡에 기대감이 더욱 쏠린다.
KBS2 월화극 '동네변호사 조들호'에는 무려 22세 나이차를 자랑하는 박신양(48), 강소라(26) 커플이 있다. 로맨스는 없지만 마음으로 위로하는 돈독한 우정을 엿볼 수 있다. 박신양은 투박하지만 따뜻한 조들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카메라 밖에서도 남다른 격려와 배려로 강소라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청률은 11.8%로 월화극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13일 방송될 JTBC 새 금토극 '마녀보감'에도 아재파탈이 있다. 윤시윤(30)과 김새론(16)은 14세라는 비교적 적은 나이차지만 미성년과 예비군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새론은 성숙하게, 윤시윤은 달콤하게 안방극장을 사로잡는다는 각오다. 드라마 관계자는 "예상 밖의 케미스트리에 깜짝 놀랐다. 세대 차이를 부인할 순 없지만 극중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어색함이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14일 첫 방송을 앞둔 SBS 주말극 '미녀 공심이'에는 남궁민(38)과 걸스데이 민아(23)가 연상연하 호흡을 이룬다. 두 사람은 각각 정의로운 동네 테리우스 안단태와 못난이 취준생 공심 캐릭터를 맡아 유쾌하고 코믹한 커플로 등장한다. 남궁민과 민아는 '썸'과 '쌈'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제작진은 "둘의 호흡이 갈수록 완벽해지고 있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당분간 안방극장 아재파탈은 계속된다. 연상의 남배우들은 관록의 연기력과 비교적 높은 인지도로 기성세대를 만족시키고, 연하의 여배우들은 신선함과 통통 튀는 매력으로 요즘 세대에 어필한다.
사진=임민환기자, 남궁민 인스타그램, 코스모폴리탄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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