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미국 명문대 학력을 내세워 온라인 채팅으로 만난 여성들에게 접근해 수천만원을 가로챈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결혼을 전제로 여성 3명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천모(61)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천씨는 2011년 5월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정모(49ㆍ여)씨에게 자신을 미 하버드대를 졸업한 통역사라고 소개한 뒤 “할리우드 영화에 큰 돈을 투자했으니 결혼 후 미국으로 가자”고 꼬드겼다. 미국으로 건너 가기 전 생활자금 등이 필요하다는 천씨의 말에 정씨는 신용카드를 줬고, 그는 이 카드로 3,000여만원을 탕진했다. 김씨는 카드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천씨에게 연락을 했지만 만남을 거부하자 2012년 1월 그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천씨는 원룸을 전전하며 경찰의 추적을 피해 왔다. 하지만 도주 중에도 김모(45ㆍ여)씨와 박모(41ㆍ여)씨를 같은 수법으로 속여 돈을 뜯어냈다. 천씨는 원룸 계약금을 빌려 줬다가 사기임을 눈치 챈 박씨 신고로 지난달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천씨는 고졸 학력에 직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여성들에게 알려준 나이와 이름도 모두 가짜였다. 천씨는 가로챈 돈을 동거녀와 생활하는 데 썼으며 동거녀가 진행하는 애니메이션 제작 사업에도 보태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무일푼이 천씨가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외부활동을 한 점으로 미뤄 볼 때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채팅앱은 신분 확인 절차가 허술한 만큼 금전 거래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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