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올해 3월 기준 청년실업률이 11.8%에 달해 역대 최고의 수준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해 향후 기업의 채용 및 투자여건이 악화되고, 청년실업문제가 이제 범국가적인 문제가 될 거라는 점이다. 게다가 학령인구의 감소로 곧 100% 입학시대를 맞이할 것이며, 이에 따른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는 청년실업률의 증가와 마찬가지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선진국 및 중국ㆍ인도 등 신흥경제국가들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때문에 이제 국내 중소ㆍ중견기업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대학 ‘산학협력 5개년 기본계획’은 시의적절하다. 대학과 산업의 효율적인 연계를 목표로 한 방향도 잘 설정돼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로 종료되는 산학협력선도사업(LINC) 후속사업으로 내년부터 5년에 걸쳐 연간 약 2,500억원씩 총 1조 2,500억원의 재정을 대학에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우선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연구 인력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기술 개발과 기술 이전 등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채용여력이 확대될 경우 향후 5년간 5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학과 기업이 상호 연계해 공동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기업이 졸업생을 채용할 때 우대하는 계약학과 제도나 주문식 교육과정 등 적극적인 취업활성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사회맞춤형 학과의 학생 수도 2015년 현재 4,927명에서 2020년까지 2만 5,00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나아가 현장실습, 캡스톤 교과와 같은 산업체 맞춤형 교육과정의 운영을 보다 내실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대학을 ‘기업연계형’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금번 교육부의 발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학에서 산학협력의 범위를 학부 수준에서 대학원까지로 연장하고 기존 이공계 중심에서 문화예술 콘텐츠 및 서비스분야로 확대하는 등 산학협력의 지평을 인문사회 분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특히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매우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 대학원까지로 산학협력의 범주를 확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국가적으로 파급력이 큰 고부가가치 기술창업은 학부 수준의 단순 아이디어 창업보다는 대학 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가능하다. 때문에 대학원 중심의 기술사업화와 창업확대는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단기실적 중심의 평가와 지원을 지양하고 중장기적 지원 및 창업실패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대학창업펀드 조성, 문화예술 콘텐츠 지주회사 설립, 창업 안전망 확충 등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을 강화할 경우 대학발 창업은 한국 사회에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성장 동력과 문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교육부가 글로벌 협력 등 산학협력의 저변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생의 글로벌 현장실습 지원사업을 확대ㆍ개편해 학생들의 해외 취업 역량을 강화하려는 계획은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는 매우 현실적인 방안이자 도전적인 출구다. 물론 이를 위해선 글로벌 산학협력에 대한 체계적인 현황 및 조사 연구가 필요하며 해외 전문가를 포함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만 한다.
교육부가 제시한 기업연계형 산학협력 활성화 계획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체나 연구소에서의 코업(Co-operative Education, CO-OP)과 같은 장기현장실습을 강화해야 한다. 캐나다 워털루대학은 코업이라는 장기현장실습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실무능력을 강화하고, 이를 다시 창업으로 연계해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산학연계형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업은 장기현장실습을 통해 단순히 대학생ㆍ대학원생 실무 능력 향상을 넘어 연구 능력과 창업 동기를 얻는 창의적 산학협력 교육프로그램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생과 대학원생은 공무원이나 교사 등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풍토에선 대학의 존재 이유를 발견할 수 없으며 나아가 사회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산학협력은 근본적으로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절대명제를 토대로 대학과 기업이 소통해 지적 자산을 만드는 창조적 활동이다. 산학협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하는 필수조건이다. 정부의 산학협력 5개년 기본계획을 통해 청년실업률이 해소되는 미래를 기대한다.
홍원기 포항공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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