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런씨네] '곡성' 규정할 수 없는 '나홍진 장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런씨네] '곡성' 규정할 수 없는 '나홍진 장르'

입력
2016.05.08 10:21
0 0

시작은 누가복음의 한 구절이다. 단란한 가족의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웃음을 준다. 스멀스멀 공포가 피어오르다 잔잔해진다. 다시 숨통을 조이는 스릴이 시작되고 무당이 등장한다. 공포가 절정에 달한 순간, 닭이 세 번 울 때까지 부인하는 베드로 이야기를 모티프한 장면이 펼쳐진다.

이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곡성'의 요약본이다.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싶었다는 나홍진 감독은 복합적인 장치를 한데 모았다. 그리고 나홍진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탄생시켰다. 나 감독이 아니면 아무도 메가폰을 들 수 없는 유일무이한 영화라고 보여진다.

영화는 낯선 외지인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김환희 등이 출연한다. 곽도원은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을 형사 역을 맡아 극의 흐름을 이끈다. 현실은 싱글남이지만 극중에선 한계를 모르는 부성애의 힘을 보여준다. 전작 '황해'에서 나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어 한층 견고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천우희와 황정민은 분량 그 이상의 열연을 펼쳤다. 두 사람의 대단한 기가 스크린을 넘어선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천우희는 오묘한 소녀 무명 역으로, 황정민은 유명한 무당 역으로 '곡성'의 스릴러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아역 김환희의 열연이다. 작은 어린아이가 감당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들이었을 텐데 김환희는 배우로서 담대하게 연기했다. 황정민과 곽도원이 촬영장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쟤는 뭘 먹고 저렇게 연기를 잘할까. 우린 나가 죽어야 돼"라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할 정도다.

히트는 쿠니무라 준의 등장이다. 마을을 찾은 외지인 역으로 존재 자체가 묵직하다. 대사 한 마디 없이 긴장감을 형성하고 웃음 소리로 하나로 소름을 돋게 한다. 설명할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로 직접 보여준다.

나 감독은 이처럼 다양한 색채의 캐릭터를 영화의 세계관 속에서 잘 조합했다. 기괴하면서도 난해하고 난해하다가도 명확해진다. 선이냐 악이냐, 예수냐 악마냐 같은 해석들은 제쳐두고 그냥 나홍진표 장르에 감탄 하나로 통할 듯 싶다.

사진=영화 '곡성' 포스터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