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이 되면 ‘어린이날 노래’가 울려 퍼진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5월은 푸르구나’로 시작하는 ‘어린이날 노래’의 가사를 보면 하늘도 푸르고 벌판도 푸르고 5월도 푸르다. 그렇다면 ‘푸르다’의 색은 구체적으로 어떤 색을 가리키는 것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푸르다’는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하다’의 뜻으로 나와 있고 그 용례를 보면 ‘푸른 물결’, ‘푸른 가을 하늘’ 등으로 쓰인다고 되어 있다. 즉 ‘푸르다’는 어떤 특정한 색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밝고 선명한 느낌의 색을 두루 가리키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푸른색’은 바다의 색인 ‘파란색’을 지칭하기도 하고 맑은 하늘의 색인 ‘하늘색’, 풀의 색인 ‘초록색(草綠色)’, 완두콩의 색인 ‘연두색(軟豆色)’ 등을 가리키는 말로도 쓸 수 있다. 이처럼 한 가지의 색 형용사가 여러 가지 색깔을 두루 가리키는 말로 쓰일 수 있는 것은 한국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에서는 특정 색에 대응하는 단어가 한정되어 있어서 만약 ‘푸르다’를 영어로 옮기려면 문맥에 따라 ‘green’ 혹은 ‘blue’처럼 특정 색을 선택해야만 한다. 또한 ‘푸르다’라는 말을 통해 한국어는 색깔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세밀하게 발달되어 있는 언어라는 특징을 알 수 있는데, ‘푸르다’의 색깔만 하더라도 ‘푸르스름하다’, ‘푸르스레하다’, ‘푸르무레하다’, ‘푸르죽죽하다’, ‘푸릇하다’, ‘푸르께하다’, ‘푸르레하다’, ‘푸르데데하다’, ‘푸르뎅뎅하다’, ‘푸르퉁퉁하다’, ‘푸르디푸르다’ 등 여러 가지 다양한 표현으로 나타낼 수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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