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 자동차 회사의 특근에 관한 기사가 경제지에 실렸다. 경영 악화로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를 한 그 기업은, 최근 늘어난 신차 주문 덕분에 황금연휴 기간 특근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그 회사의 생산직 대부분은 노동절 대체휴일인 5월 2일, 어린이날인 5월 5일, 임시공휴일인 5월 6일 등 3일의 휴일 특근을 한다고 한다. 아마도 그 근로자들은 장기간의 경영 위기를 극복한 것을 기뻐하며 특근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단체협약에서 정한 특근수당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기사 한편으로, 임시공휴일의 근무를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얘기가 주요 일간지에 실렸다. 관련 기사들은 많은 중소기업에선 임시공휴일에 일을 하더라도 특근수당을 받지 못하고, 서비스 업종에선 오히려 늘어난 손님으로 인해 더 힘들게 일한다고 전한다.
위에서 본 것처럼 우리나라 근로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일을 많이 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보고서인 ‘연장근로시간 제한의 고용효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근로시간은 2,28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근로시간인 1,770시간보다 515시간이 많은 것이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근로시간(주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주 12시간)을 모두 초과하여 일한 근로자도 357만명(전체 근로자의 19%)에 이른다. 그런데 대부분의 OECD 국가가 우리와 비슷한 근로시간 제도를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독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장시간 근로가 만연한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금방 떠오르는 이유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부지런해서 일하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 기사에 실린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근로자들의 하소연을 떠올리면, 이 전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일하는 것보다 노는 걸 더 좋아한다. 정부가 임시공휴일이란 깜짝 선물을 내놓은 것 역시 그 이유가 소비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든 무엇이든 국민들이 노는 걸 더 좋아할 거란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은 공휴일 시스템을 연휴의 모습으로 구성하는 걸 두려워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이유는 ‘불안정 노동’이 보편화된 우리의 현실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 청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된 건 오래된 일이다. 공무원이 되지 못할 경우, 평균 근속기간이 5.6년(이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절반에 해당한다)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국의 근로자들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도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곤 한다. 근로자들이 현재의 일자리를 유지하고 싶다면, 휴일특근 또는 연장근로를 하라는 사용자의 요구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일자리마저 잃으면 저임금 일자리를 찾거나 ‘열에 아홉이 망한다’는 자영업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앞의 기사처럼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된 대기업 생산직들이 특근과 연장근로를 하는 현실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논거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무노조 기업보다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에서 오히려 연장근로시간이 더 길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는 '일자리의 확대'라는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한 대기업과 '근로시간의 단축'보다는 연장근로수당을 많이 받기를 원하는 조합원의 이해관계를 추종한 노동조합 사이의 담합 구조를 들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다시 처음의 자동차 회사에 관한 기사를 돌아볼 때, 어쩔 수 없이 우리의 마음 한 쪽에 아쉽고 씁쓸한 마음이 자리 잡는다. 황금연휴와 특근이 끝난 오늘, 이들이 스스로의 아픈 경험을 거름 삼아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상생의 작업장 모델을 만들기 위해 애쓰길 바랄 따름이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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