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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직감

입력
2016.05.0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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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주저앉아 무거운 짐을 다시 꾸릴 때였다. “이리로 가면 인왕산이 나오나요?” 하는 말이 머리맡에서 들렸다. 초라한 행색의 노인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 나옵니다. 그런데 혹시…”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눈앞의 할머니가 며칠 전 누군가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이라는 강한 확신이 왔다. 나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확인하려고 물었고, 묻는 즉시 당황했다. 나만큼이나 가난해 보이는 그분이 호텔을 경영하며 빌딩도 가지고 있는 사람일 리 없었다. 내 질문이 갑작스러워 못 알아들을 만도 했는데, 그 순간 할머니의 동공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그걸 보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내가 다시 물었다. “혹시, 정말로, 그분이세요?” 놀랍게도 할머니는 내가 생각했던 그 사람이었고, 우리가 마주친 곳에는 태어나 두 번째로 와본 거라고 했다. 믿어지지 않게도 가끔 이럴 때가 있다. 스치듯 지나가는 생각이 온갖 의문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상대방이 아무리 논리에 맞는 말을 해도 엄청난 힘을 행사하는 강한 직감 때문에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위험을 모면할 수 있었던가. 반대로 실수와 생고생을 한 적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이것이 나에게만 생기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입원해 있던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으로 휘청대던 친구가 수의사의 잘못으로 생긴 일이라고 원망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마치 자신이 눈으로 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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