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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예능판 ‘무한상사’의 결정적 순간 4

입력
2016.05.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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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상사'의 시작을 알린 야유회 편. 방송캡처
'무한상사'의 시작을 알린 야유회 편. 방송캡처
방송인 유재석도 감투를 쓰면 '폭주'한다. 방송캡처
방송인 유재석도 감투를 쓰면 '폭주'한다. 방송캡처
아이돌 스타 지드래곤이 '무한상사'에서 신입 사원이 돼 곤욕을 치렀다. 방송 캡처
아이돌 스타 지드래곤이 '무한상사'에서 신입 사원이 돼 곤욕을 치렀다. 방송 캡처
정리해고 된 정과장(정준하)의 절규. MBC '무한도전' 의 '무한상사' 한 장면. 방송캡처
정리해고 된 정과장(정준하)의 절규. MBC '무한도전' 의 '무한상사' 한 장면. 방송캡처
3년 만에 돌아 온 MBC '무한도전'의 '무한상사'(7일 방송). MBC 제공
3년 만에 돌아 온 MBC '무한도전'의 '무한상사'(7일 방송). MBC 제공

MBC ‘무한도전’의 ‘무한상사’는 예능판 ‘미생’이었다. 2011년 첫 방송을 시작해 야유회부터 정리해고까지 다루며 직장인들의 일상과 고충을 콩트에 녹여 공감대를 줬다. 2013년 8주년 특집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무한상사’가 3년 만에 돌아온다. 드라마 ‘싸인’을 비롯해 ‘시그널’ 등의 대본을 쓴 김은희 작가와, 그의 남편이자 영화 ‘라이터를 켜라’를 제작한 장항준 감독이 연출에 참여하는 점이 새롭다. ‘무한도전’ 제작진과 손잡은 김은희·장항준 부부가 ‘무한상사’에 직장인들의 어떤 고충을 녹여낼까. 다시 문을 연 ‘무한상사’를 계기로 그간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네 개를 정리했다.

‘레미제라블’ 로 승화한 정리해고(2013년4월27일 방송)

정준하가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비참한 사람)이 됐다. “해고의 날, 내일아 오지 마라.” ‘무한도전’ 제작진은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인 정리해고를 ‘무한상사’에 녹여 울림을 줬다. 신선한 건 접근 방식이었다. 뮤지컬 방식으로 정리해고 문제를 다뤄서다. 제작진은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레미제라블’ 속 1막 엔딩 곡인 ‘내일로’를 활용했다. 익숙한 뮤지컬 노래에 덧입혀진 정리해고의 슬픔은 더 진했다.

허울 좋은 명예 퇴직이지만 회사에 등 떠밀려 정리해고를 당한 정 과장(정준하)이 “여기 함께 남아 버틴다”고 한 외침은 절규에 가깝다. 회사를 다니며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정리해고를 앞두고 사회 생활의 고충을 털어놓은 대목이 백미다. “이 자린 끝이 없는 가시밭”(유부장·유재석) “대출이 산더미”(박과장·박명수) “방금 직원 됐는데, 가는 건 순서 없어”(길 직원·길) 등의 노랫말이 인상 깊다. 용산 철거민 문제를 ‘여드름 브레이크’ 편으로 다룬 제작진의 뮤지컬판 ‘미생’이다. 약 3분30초의 짧은 분량이지만 울림은 깊다. 역대 ‘무한상사’ 특집 중 가장 화제가 된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무한상사’가 부른 ‘내일로’는 8주년 특집 첫 회 방송(327회) 말미(약 53분 이후)에 나온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홍광호를 보는 재미도 잡을 수 있다.

정형돈 ‘밥’ 된 신입사원 지드래곤(2012년10월6일 방송)

물 떠다 줬더니 일 못 한다고 구박 받는다. 신입 사원은 늘 서럽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인 지드래곤(권지용)이 ‘무한상사’에 신입으로 들어가 철저하게 ‘을’의 설움을 보여줘 웃음을 준 에피소드다.

권 사원은 층층 위로 있는 선배의 허드렛일을 도 맡아 하느라 바쁘다. 가장 얄미운 선배는 정 대리(정형돈)다. 패션부터 노래방 회식에서 부른 권 사원의 랩 지적까지. 정 대리는 권 사원을 수시로 감시하며 시시콜콜 지적하기에 바쁘다. 지드래곤의 패션을 방송 등에서 공공연히 지적해 온 정형돈과 지드래곤의 직장 선·후배 만남이 웃음 포인트다. 아이돌인 권지용도 작정하고 무너진다. 얼굴의 반은 차지할 법한 촌스러운 사각 뿔 테 안경에 1980년대식 양복을 입고 ‘패션테러리스트’를 자청한다. 물론 정 과장이 권 사원의 패션이 마음에 안 든다며 입혀 준 만행이다. “네가 패션을 알아? 진짜 알아?” 회식 자리에서 야자타임을 하며 권 사원이 정 대리에 던진 일갈까지 지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스트가 나오면 재미 없다는 ‘무한도전’의 징크스를 깨 준 보기 드문 에피소드다.

‘바른생활사나이’ 유재석의 폭주(2012년1월14일 방송)

명절을 맞는 직장인은 고달프다. 집 일보다 상사에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하나가 더 걱정이다. 때론 지갑을 열어 동료 몰래 선물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 방법만으론 불안하다. 직접 상사의 집을 찾아가 명절 일도 돕는 이들도 있다. ‘무한상사’의 신년 편은 이 모습을 코믹하게 다뤄 공감을 샀다.

유 부장(유재석)의 ‘갑질’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부하 직원들이 집으로 몰려와 윷놀이를 하는데, 게임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판을 엎기까지 한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바른생활사나이’ 유재석의 폭주다. “계급장 떼고 놀자”며 부처님 같이 자상한 표정으로 부하 직원들의 마음을 열어준 것도 잠시다. 판세가 자신의 팀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상대 팀 정과장이 약을 올리자 윷을 던지는 척하면서 그의 뺨까지 때린다. 막판에는 “윳놀이판에 우리 말이 하나도 없잖아”라며 억지를 쓰며 소리까지 지른다. ‘버럭 재석’의 탄생이다. 명절에 상사 집에 찾아가 게임까지 봉사하는 직원들은 게임 승패까지 상사 입맛에 맞춰 줘야 해 피곤하다.

‘진상 도니’의 탄생(2011년5월21일 방송)

회사를 다닐 때 동료 혹은 상사들의 본 모습을 알게 될 때가 회식이나 야유회 자리다. 술 한잔 기울이며 서로의 속마음을 알아가고, 때론 의외의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제작진은 야유회 콘셉트로 ‘무한상사’의 출발을 알렸다. 방송 6주년을 맞아 한 시도였다. ‘무한도전’ 멤버들에 부장, 차장, 과장, 사원, 인턴으로 저마다의 역할을 주고, 그 사회적 계급장 안에서 멤버들의 고민을 풀어내 웃음을 줬다. 나이 어린 유 부장 밑에 차장을 달고 있어 못마땅한 박명수와 동갑인 노홍철 보다 철이 없다는 소릴 듣고 사는 하하의 피해의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평소엔 조용하다 술만 먹으면 ‘진상’이 되는 정형돈의 모습에 추억이 ‘돋는다’. ‘무한도전’ 초기 캐릭터를 잡지 못해 ‘웃음 사망꾼’이라 불렸던 정형돈은 밤이 되면 실제로 술을 먹고 다른 멤버들이나 제작진에 전화를 해 고충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런 현실 속 모습이 ‘무한상사’에 녹아 들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기도 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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